보험료만 오르던 실손, 5세대가 답일까…“도수치료는 막힌다는데”

최근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의료보험의 기본 틀을 담은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해당 개정안은 올해 2월 말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5세대는 중증과 경증을 구분해 중증 중심의 상품을 내놓은 것이 핵심이다. 도수치료처럼 남용이 많다고 지적돼 온 비중증·비급여 치료는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을 높이는 대신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다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구조로 설계했다.
실손보험은 2024년 말 기준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연간 1억 건 이상의 보험금 청구가 이뤄질 만큼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제도는 여전히 복잡하고 변화도 잦다. 5세대 출시를 앞두고 불거진 논란과 궁금증을 짚어본다.
◆“1·2세대 실손 웃돈 주고 사라?”, 보험사는 난색
“병원에 자주 가지도 않는데 실손 보험료는 해마다 올랐죠. 그래도 나이가 있어 보장 좋은 보험을 유지하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험사가 웃돈을 얹어 계약을 되사간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1세대 실손 가입자 A 씨)
“재매입이라니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죠. 비용이 너무 큽니다.”(보험사 관계자 B 씨)
보험계약 재매입은 보험 이용이 적었지만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 온 가입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기존 계약을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매입한 뒤 5세대 실손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세대 실손 가입자가 지금까지 10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금은 300만원만 수령했다면 보험사가 차액인 700만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정리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 과정에서 보험업계는 사실상 집단 반대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1일 금융당국과 손해보험협회, 주요 보험사들이 참석한 범업계 회의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릴 것 없이 재무 부담과 주가 하락 가능성을 이유로 재검토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매입 비용 규모다. 현재 거론되는 방식은 △최근 5년간 납입 보험료에서 지급 보험금을 뺀 금액 △가입자별 해약환급금준비금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다. 이 경우 일부 보험사는 최악의 경우 조 단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재매입 가격은 당국의 권고에 따라 정해진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재매입은 강제가 아닌 소비자 선택 사항인 만큼 의료 이용이 적은 저위험군만 현금을 받고 빠져나가고 손해율을 높이는 고위험군은 기존 계약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제도 취지와 달리 손해율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매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계약은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이다. 금융당국 추산으로는 해당 계약은 약 1600만 건으로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에 달한다.
◆주사·MRI 선택 방식도 거론
보험업계 안팎에선 ‘선택형 특약’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기존 1·2세대 실손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의료 남용 논란이 반복돼 온 일부 비급여 보장을 선택적으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자는 구상이다. 가입자가 자신의 의료 이용 패턴에 맞춰 보장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특약 분리 대상으로는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이 유력하다. 보험사들은 해당 항목을 기본 보장에서 떼어내 별도 특약으로 구성하고 가입 여부에 따라 보험료 수준을 달리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비급여 항목은 실손 재정 부담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으며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과도한 반복 청구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우선 병원 이용이 많지 않은 가입자부터 보험료 인하 효과를 체감하도록 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료 이용 빈도가 낮은 가입자가 선택형 특약을 통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느끼게 하면 강제 전환 없이도 계약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가입자가 느끼는 월 보험료 절감폭이 전환 유인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일괄적인 계약 전환보다는 선택형 특약이 반영된 신규 상품을 통해 가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세대 이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수치료 남발, 이제 어렵다
의료비 가운데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환자 본인이 일부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한다. 반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다. 모든 의료비를 환자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실손은 급여든 비급여든 ‘환자 부담 치료비’에 대해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으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며 제도 지속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4개 대형 보험사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상위 9%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80%를 지급받고 있다. 반면 가입자의 65%는 지급보험금이 ‘0원’이다.
특히 도수치료는 회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장기간 반복 청구하는 사례가 늘며 보험사들의 부담을 키워왔다. 예를 들어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비급여 진료에 대해 30%를 본인이 부담한다. 도수치료 비용이 10만 이라면 3만원은 환자가 내고 나머지 7만원을 보험사가 보상하는 구조다. 반면 2·3세대는 자기부담률이 10~30% 수준이고 1세대는 사실상 본인 부담이 거의 없어 소액의 통원비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비타민·미백주사 등 비급여 주사 역시 의학적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진 재량에 따라 빈번하게 처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5세대에선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시술, 전립선 결찰술, 비급여 주사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다만 중증 비급여 항목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본인 부담률 30%를 유지한다. 보상한도도 기존과 동일하게 연간 5000만원까지다.

◆어차피 5세대로 갈아타게 된다면 지금 전환이 답일까?
“‘1·2세대 실손은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보험료가 올라가도 유지해 왔어요. 보장이 100세까지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재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4년 뒤면 지금 상품이 아니라 다른 세대 실손으로 다시 가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보장은 줄어들 텐데 왜 이렇게까지 버텼는지 허탈하더라고요. 어차피 2030년 5세대 실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면 지금 갈아타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됩니다.”(2세대 후반 가입자 C 씨)
실손은 가입 시기에 따라 향후 선택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2013년 4월 이전에 가입한 1·2세대 실손은 재가입 조항이 없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정부가 재매입 등을 논의하는 이유다.
이들이 가입한 실손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이 낮아 고령기에 의료비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급히 전환하기보다는 계약을 유지한 채 정책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2세대 후반(2013년 4월 이후 가입자)부터 3·4세대 실손 가입자는 구조상 재가입을 피할 수 없다. 재가입 주기가 5~15년으로 설정돼 있어 자동으로 당시 기준에 맞는 신규 상품으로 전환된다. 4세대 가입자는 이르면 2031년부터, 2·3세대 가입자는 2036년까지 순차적으로 5세대 실손보험으로 이동하게 된다. 당국은 2037년이 되면 5세대 실손 가입건수가 3421만 건으로 일반화할 것으로 추산한다.
당장 병원 이용이 많지 않은데 보험료 부담만 커졌다면 5세대 전환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보장 범위가 넓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싶거나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재가입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임신·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5세대 실손이 유리할 수 있다. 5세대부터는 급여 항목에 한해 실손 보장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 역시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눈 특약 구조를 도입해 개인의 의료 이용 특성에 따라 선택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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