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고갈·오염’ 우려 귀막고…먹는샘물 취수량 늘려준 낙동강청·경남도
취수량 272톤 증가…결정 과정 불투명

30년 동안 먹는샘물 회사들이 하루 최대 1000톤을 취수해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과 오염 등을 겪어온 지역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상남도가 먹는샘물 회사의 취수량을 오히려 늘려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29일 산청군 삼장면 일대에서 지리산산청샘물주식회사(이하 산청샘물)의 하루 최대 취수량을 272톤 추가로 허용했다. 먹는샘물 회사인 산청샘물은 1995년부터 삼장면에서 하루 최대 600톤을 취수해 판매해왔다. 이번 추가 허용에 따라 산청샘물의 취수량은 최대 872톤으로 늘어났다. 산청샘물은 경남의 대표적 술 기업인 ‘무학’의 자회사이며, 산청샘물의 최낙준 대표이사는 최재호 무학 회장의 아들이자 무학의 총괄사장이다. 삼장면 덕교리에선 산청샘물 외에 엘케이샘물도 2000년부터 하루 최대 400톤의 지하수를 판매용으로 취수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 산청군은 이번 취수량 증가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해왔다. 표재호 삼장지하수보존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청샘물이 30년 동안 취수하면서 지하수위가 최대 10m 이상 내려갔고, 지하수에서 흙탕물이 나오며, 식수와 농수로 사용되던 산계곡이나 덕천강의 물이 마르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그런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과 경남도는 오히려 업체의 산청샘물의 취수량 증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주민들은 자체 조사와 산청군과의 공동 조사를 통해 지하수 관련 피해 사례 40여건을 낙동강청과 경남도에 전달한 바 있다.
삼장면 안에는 21개 마을이 있는데, 이 가운데 1개 마을만 상수도를 사용하고, 20개 마을이 지하수와 산계곡 물을 식수와 농수로 사용하고 있다. 삼장면 주민은 모두 1700여명인데, 이 가운데 1100명 이상이 취수량 증가에 반대한다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표 위원장은 “외지에 사는 사람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주민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취수량 증가를 결정한 낙동강청의 심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다. 12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3~4명의 심사위원이 환경상 피해와 절차상 흠결을 이유로 취수량 증가에 반대했지만, 이런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 심사위원은 심사서에서 “지하수위 강하와 지반 침하, 지하수 고갈 등 심각한 환경상 피해가 예상된다”며 취수량 증가에 반대했다. 다른 심사위원도 “주변(지역)에서 생활용수,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관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가에 반대했다.
산청샘물이 취수량 증가를 신청하면서 집수구역(취수할 수 있는 영역)을 임의로 확대한 점도 논란이 됐다. 한 심사위원은 “산청샘물의 조사 보고서는 30년 동안 사용한 기존의 집수구역을 이번에 2배로 확장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허위 보고서를 가지고 심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취수량 증가를 불허했다. 다른 심사위원도 “과학적인 조사와 근거 없이 집수구역을 확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청샘물의 보고서는 458만㎡였던 집수구역을 965만㎡로 2배 이상으로 늘리면서도 이 사실을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다.
산청군도 여러 문제점을 고려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3차례나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산청군은 공문에서 “지하수는 공공 자원으로서 장기적, 안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산청샘물의 취수 증량 허가로 지하수 고갈, 수위 저하, 수질 변화 등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하수 개발·이용은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복리 증진에 목적을 두고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취수량 증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낙동강청은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30일 새로운 2개 관정(우물관)에서 하루 272톤의 취수를 추가로 허용하는 환경 영향 심사 결과를 경남도에 전달했다. 다만, 취수량과 지하수위, 지반 변동, 주변 지하수 관정, 잠재 오염원 등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낙동강청의 김희옥 자연환경과장은 “12명의 심사위원의 의견을 종합해 272톤까지 취수량을 추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우리는 취수량 한도를 검토한 것이고, 지하수 추가 개발 여부는 허가권자인 경남도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수량 증가 결정의 책임을 경남도에 떠넘겼다.
이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경남도는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해 산청샘물과 협의한 뒤 한 달 만인 29일 취수량 증가를 허가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청의 심사 결과를 존중해서 그대로 허가했다”며 낙동강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담당자인 제수환 주무관은 “심사 결과에 포함된 수위, 수질, 지반 침하 등 관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고, 업체에서 이를 수용해 조처하겠다고 답변해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행정소송과 감사원 감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표재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내고, 감사원 감사를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함께 이 사안에 대응하고 있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산청군의 지하수는 특정 기업의 자원이 아니라, 지리산 권역 모든 주민의 생명수이자 공공재다. 낙동강청과 경남도가 ‘행정 절차’만을 강조하며 허가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책임자와 만나 직권조사를 요구할 것이며, 감사원 감사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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