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록, 비키니 입혀줘” 순식간에 300만장…선 넘은 머스크의 ‘딥페이크 돈벌이’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영국 링컨셔 출신의 22살 사진작가 에비는 새해 첫날 자신의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옷을 입은 자신의 사진이 비키니를 입은 채 베이비오일을 바른 사진으로 조작돼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인 엑스에이아이(xAI)는 2025년 12월 말 엑스를 통해 사용자의 태그 요청만으로 이미지를 변형해 게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는데, 지난달 31일 머스크가 직접 그록으로 만든 자신의 비키니 차림 사진을 게시하며 홍보하자 사람들이 엑스에 올라온 실제 사진들로 실험해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놀란 에비가 그록의 새 기능이 위험하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더니, 일부 엑스 사용자들은 그녀의 사진을 이용해 더욱 불쾌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에비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싫어하는 것을 보고 더 심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사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공격·오락거리 된 ‘딥페이크’ 성적 콘텐츠…역대 최대 규모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2월31일~1월8일 새 약 440만장의 이미지가 공개적으로 게시됐다. 그 직전 9일간 그록이 생산한 인공지능 이미지를 다 합쳐도 31만1762건에 불과했던 데 견주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다. 이 중 최소 41%가 여성의 성적 이미지로 추정된다.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도 표본 추출 분석 결과, 그록이 11일간 아동 성착취물 2만3천장을 포함해 300만장의 성적 이미지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과거 실존 인물 딥페이크를 만들던 사이트 ‘미스터 딥페이크스’가 2023년 피해자 3800명의 사진으로 만든 조작 이미지를 4만3천건 게시했다 논란 끝에 폐쇄된 사례와 대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머스크, ‘19금’ 팔아 노린 것은 결국 ‘수익’
머스크는 안전장치 마련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기된 집단 소장을 보면, 엑스에이아이의 내부 지침은 “특정하게 명시하지 않는 한, 시스템에서 성인용 성적 콘텐츠나 공격적인 콘텐츠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엔엔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키니 입혀줘’ 사태 발생 몇주 전 인공지능 안전팀 직원 여러명이 일을 그만두는 등 이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 오픈에이아이 안전연구원이었던 스티븐 애들러는 “이미지에 아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인공지능이 좀 더 신중하게 이미지를 만들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신 그런 안전장치엔 비용이 따른다. 응답 시간이 느려지거나 연산량이 증가하고 때로는 문제없는 요청도 거부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머스크가 소유한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에 그록을 통합시킨 것도 사건을 키운 이유다. 다른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인터넷에 게시하지 않지만, 그록의 답변은 5억6천만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확보한 소셜미디어 안에서 공개적으로 게시되었다. 논란이 일자 엑스에이아이는 성적 콘텐츠 생성·편집 기능은 엑스 프리미엄 회원(유료)에게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자유로운 성인 콘텐츠 제작을 하고 싶은 사용자들이 엑스 유료 회원에 가입하도록 유도해 상업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선정성 전략이 역풍 불러…딥페이크 이미지 규제 흐름 강화할 듯
성인용 콘텐츠를 수익성을 확보하고 사용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쓸 것을 검토해온 다른 인공지능 업계도 이번 사태로 인한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오픈에이아이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챗지피티에서 연령 인증을 완료한 사용자들에게는 성적인 대화를 허용하겠다고 했었다. 치고 올라오는 그록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세계적인 규제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강화된 안전장치 도입 없이는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안에선 딥페이크 이미지에 대한 처벌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다시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법에 아동 성착취물 관련 처벌 조항이 있지만, 인공지능으로 변형한 딥페이크 이미지의 경우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 차원에서 개별 규제로 막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관련 법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빈말할 이유 없어…내란 극복했는데 부동산 투기 못 잡겠나”
- 코스피, 하루 만에 5000 탈환…‘매수 사이드카’ 발동도
- 드디어 ‘냉동고’ 벗어난다…낮 기온 영상 10도까지 올라
- 트럼프, 인도 관세 18%로 대폭 인하…“러시아 말고 미국서 원유 구매 합의”
- “너 나와” “나왔다, 어쩔래”…국힘, 한동훈 제명 내홍 속 ‘막장 의총’
- 구치소 김건희 “공책에 편지·영치금 주신 분들 이름 적으며…”
- [단독] 김경과 별도로…남동생 재단 회원도 강선우 ‘쪼개기 후원’ 정황
- 오늘 귀국 전한길 “비행기 내릴 때부터 라방 시작”…체포방해 선동?
- [단독] ‘신라 속국화’의 특급 단서일까…경주 돌덩이에 새겨진 고구려 글씨체
- 정부 “코스피 급락은 단기 차익 실현 영향…실물경제·금융시장 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