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최고의 놀이 콘텐츠"[뉴욕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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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파벳, 한글과자 美 진출…"수출 지역 계속 확장"
애니타임 키친 "K-푸드, 글로벌 문화"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한글은 배우기 전에 먼저 즐길 수 있는 문자입니다. 과자를 꺼내는 순간, 이미 놀이는 시작돼요."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인도 출신 사업가 니디 아그라왈은 한글을 학습의 대상이 아닌 '놀이 콘텐츠'로 풀어냈다. 두 사람이 공동 창업한 한글 모양 스낵 브랜드 칼파벳(Kalphabets)은 'K'와 'Alphabets'를 결합한 이름으로, 한글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이들이 선보인 한글과자는 자음과 모음 모양의 비스킷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며 즐기는 체험형 과자다.
지난 1월 23~24일, 칼파벳은 미국 뉴저지 포트리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애니타임 키친과 협업 행사를 열고 미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였다. 타일러와 니디는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후식으로 한글과자를 건네며 소통했고, 이번 행사를 통해 한글과자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놀이형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왜 알파벳 과자는 있는데, 한글 과자는 없을까"
칼파벳의 출발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영어 교육 행사를 준비하며 알파벳 과자를 나눠주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왜 한국에는 한글 과자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타일러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한글 모양 과자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한글 자음과 모음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공장을 찾기 위해 50~60곳을 접촉했지만, 돌아온 답은 대부분 "안 팔릴 것 같다", "리스크가 크다"는 거절이었다. 한글과 문자는 '공부'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굳이 한글을 학습하기 위해 과자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니디 아그라왈은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니 오히려 ‘그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자’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두 사람은 결국 레시피 개발부터 직접 나섰다. 비건을 목표로 수십 차례 테스트를 반복했고, 지인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시식과 설문을 거듭했다. 초기에는 수제로 제작해 반응을 살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장성을 확인한 뒤에야 공장 생산으로 전환했다.
타일러는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며 "이 아이디어가 정말 제품 자체로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글은 구조 자체가 게임"
한글과자의 가장 큰 특징은 '먹는 순간 놀이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자음과 모음이 분리된 형태로 제공돼, 소비자가 직접 과자를 조합해 단어를 만든다. 타일러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는 모듈형 문자라 구조 자체가 게임이 된다"며 "과자를 꺼내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이름이나 ‘사랑해’ 같은 말을 만들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애니타임 키친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단어를 만들며 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이 이어졌다. 니디는 "한국에서는 한글을 '잘 배워야 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한글은 먼저 재미있고 가지고 놀 수 있는 문자"라고 말했다. 이어 "재미를 느끼는 순간, 그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할 것"
칼파벳은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유통과 협업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향후 반응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도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타일러는 "미국 시장은 한 번에 크게 가기보다, 지역에 깊게 들어가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처럼 규모 경쟁을 하기보다는, 브랜드의 색깔과 가치를 이해하는 소비자들과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니디 역시 "한글과자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연결하는 도구"라며 "먹고, 만들고, 웃는 경험을 통해 한글과 한국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향후 과자를 넘어 굿즈와 콘텐츠 등으로도 한글 놀이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협업에 참여한 애니타임 키친은 그동안 정지선, 최현석 등 정식 셰프들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K-푸드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최성규 애니타임 하스피탈리티 대표는 "K-푸드는 이미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문화"라며 "K-푸드를 세계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