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정승기 "하반신 마비 후 스타트 잃었지만, '새로운 능력' 생겼다"
2022 베이징 대회 후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2024년 말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 부상 '위기'
1년 만에 국제 대회 동메달로 부활 알려
"부상 후 주행 능력 향상... 훈련·장비 등 바꿔
"허리 상태 개선됐지만, 여전히 감각 미진
"주행 전 꼬집고 찜질하면 괜찮아" 자신감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지? 제대로 보여준다고 했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중 사연 없는 선수는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인간 승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의 정승기(27·강원도청)다.
정승기는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 윤성빈의 뒤를 이은 스켈레톤 강자다. 2022년 생애 첫 올림픽인 베이징 대회에서 1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고, 2022~23시즌 월드컵시리즈 1, 2차 대회 은메달, 3차 대회 동메달을 차례로 거머쥐며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2023년 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같은 해 12월 2023~24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4년 말 훈련 도중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위기가 찾아왔다. '인생의 전부'였던 스켈레톤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현실 앞에서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좌절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주변의 걱정스러운 시선과 우려를 뒤로한 채 수술 두 달 만에 다시 썰매에 올라탔고, 1년여 만에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복귀전이었던 2025~26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선전한 데 이어 3차 릴레함메르 대회에선 당당히 동메달을 따냈다. 최근 강원 평창 동계훈련센터에서 만난 정승기는 "1차 대회를 마치고 속으로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지! 내가 보여준다고 했지'라고 외쳤다"며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순간이 떠올라 울컥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어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부상 이후 정승기는 자신의 가장 최대 강점이었던 스타트를 잃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바로 주행 기술과 썰매 보강이었다. 아직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두 다리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사고 전에는 무조건 '남들보다 (초반에) 더 빨리 뛰어서 기록을 줄이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하니 주행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위권 선수들의 영상을 볼 때도 그들의 주행 기법에 더 집중하면서 ‘이 구간에서는 이렇게 해야 남들보다 빨라질 수 있구나’라고 분석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정’에 쓰는 힘을 대폭 줄였다. 정승기는 "스켈레톤은 조정을 많이 할수록 얼음과 마찰이 커져 속도가 느려진다”며 "예전에는 5 정도 힘으로 조정했다면, 지금은 최대한 힘을 빼 최대한 '부드럽게, 천천히, 세밀하게' 조정하는 쪽으로 주행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도 진화했다. 지난여름 그는 썰매에 엎드린 채 주행하는 상상을 하며 세밀하게 조정하는 ‘이미징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부상 전에도 시도하던 방식이었지만, 훈련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장비와 코치진도 보완했다. 스켈레톤 최강국인 독일에서 선수 출신 코치가 합류했고, 그를 필두로 정승기에게 딱 맞는 최적화 썰매를 새로 개발했다. 정승기는 "썰매 개발 과정에서 내가 직접 장비를 만져 보고, 세팅도 이리저리 달리 해보니, 단순히 썰매만 탈 때보다 배우는 게 많았다"며 "유니폼과 헬멧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올림픽 메달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정승기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스타트만 잘 나와주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며 "그간 알프스 고지대에서 성적이 좋았던 만큼, 이번에도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최근 대회를 치르면서 허리 통증도 많이 줄었다. 다만 일부 부위는 아직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마지막까지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정승기는 "엉덩이와 햄스트링은 여전히 얇은 비닐을 씌운 채 만지는 느낌이다. 장시간 비행하거나 흐린 날씨에는 발가락까지 감각이 없어지는 날도 있다"면서도 "이럴 땐 주행 전 다리를 꼬집거나 따뜻한 찜질로 피부 감각을 끌어올리는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평창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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