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매입임대 공급량 최대치 자랑… 현장에선 1년째 빈집도 속출 ‘비상’
다가구 주택 매입해 임대로 공급
역대 최대치 실적 자랑에 가려진
치솟은 6개월 이상 공실 비율
LH 내부에서도 '평가 미흡' 실토
편집자주
정부가 수도권 주거난 해결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 카드를 꺼냈다. 아파트를 신축하거나 기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급량을 과도하게 늘리느라 수요가 없는 주택도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공공임대주택 공실 문제를 매입임대주택과 건설임대주택으로 나눠 이틀 연속 보도한다.

“신혼부부가 어떻게 여기 살죠? 너무 작아서 못 살아요.”
지난달 27일 찾아간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운양역 앞 A오피스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체 656호 중 15호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놨지만 4호가 장기간 빈집이다. 신혼부부용으로 내놓은 주택은 지난해부터 1년 이상 비었다. 두 식구가 살기에는 집이 너무 좁은 탓이다. 서류상 거실과 방 2개를 갖췄지만 전용면적이 40㎡에 불과하다. 그마저 방 1개는 한쪽 모서리가 뭉텅 잘린 사다리꼴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김모(51)씨는 “오래 영업했지만 A오피스텔을 찾는 신혼부부는 못 만났다”며 “LH가 왜 그랬을까”라고 되물었다.
정부가 '수도권 6만 호 착공' 계획을 내세우며 주택 공급에 의지를 보였지만, 도심권 주거 안정 핵심 축인 기존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략에는 이미 구멍이 뚫렸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고 매입한 신축 물량이 역대 최대치라는 국토교통부의 홍보 뒤로, 6개월 이상 빈집이 속출한 현장이 남아 있다. 민간 건설업자 배만 불린다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한 것이다.
물량 많아지는 매입임대주택, 정작 빈집도 자꾸 늘어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현장을 찾았을 정도다. LH가 이미 건설된 주택 또는 민간이 건설할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비아파트 임대 공급을 늘리는 한편, 건설 경기도 부양하는 전략이다. 전국 신축 매입임대주택 약정 물량은 2023년 9,253호에서 지난해 5만3,771호로 급증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가 급증’ 경고등이 켜졌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LH 내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빈집인 임대주택이 최근 3년간 연평균 30%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직접 건설하는 건설임대주택 영향도 있지만 매입임대주택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
매입임대주택(18만5,785호) 공가율은 지난해 6월 기준 3.89%(7,218호)다. 그중 일부 공급 유형은 공가율이 10%까지 치솟는다. 다자녀 유형이 12.5%로 가장 높고 든든전세(11.1%) 고령자(9.8%)도 만만찮다. 주택이 6개월 이상 비면 입주자 자격을 완화하는데도 공가가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

쏟아내면 끝? 무리한 속도전에 수요 검증도 부족해
이처럼 공실이 속출한 원인으로 무리한 속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LH 내부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주택 가치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매입을 서둘러, 자칫 악성 재고를 비싸게 사들일 우려도 제기된다. 1·29 주택공급 대책이 신축에 방점을 찍었더라도 향후 도심에서 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할 때 범할 수 있는 패착이다.
명분에 밀려 세밀한 수요 검증도 부족하다. LH 실무 부서가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평가한 보고서에는 공실 해소 제약 사항으로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목표 달성과 지역 균형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정책 목적이 사업 착수 우선 순위로 고려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수요(입주 대상, 평형, 설계 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된다’고 핵심을 꼬집었다. 국토부가 ‘톱 다운(하향식) 방식’으로 특정 집단별 주택 공급량을 계획하는 구조도 실수요를 반영 못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가 문제를 개선하는 데 쓸 여력도 없다. 기간 내 정책 목표 달성에만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LH도 스스로 '미흡하다'고 자평할 정도로 공가율 등 수요 여건 평가는 물론, 재무 영향 평가까지 간소화한 상태다.
윤종군 의원은 "(공급) 숫자만 늘린다고 주거 불안이 풀리진 않는다. 결국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돼야 집값도 안정된다”며 “매입임대도 수요·품질·가격 검증 없이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매입 기준을 바로잡고 공가 발생 시 입주자 전환·모집 절차를 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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