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가 물었다... "당신의 법인, 깡통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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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숭례문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렸을까.
판타지오와 차씨 개인의 계약만으로도 차씨의 연예 활동엔 문제가 없는데, 그 사이에 '디애니'라는 법인을 끼워 넣어 '부적절한 혜택'을 봤다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국세청과 세무·연예계 종사자 15명을 취재한 결과, 최근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법인을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이 컸다.
법인세 관련 업무를 많이 해본 한 세무사는 "차씨가 법인을 통해 탈세를 시도한다는 것을 소속사가 알고 있었을 정황이 매우 짙다"며 "대형 소속사가 관여했다고 보기엔 수법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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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장소론 어색... "여기가 어떻게?" 반응
'법인 역할' 기준 분명치 않아 절세 수단 '각광'
연예인 몸값 급상승 등 맞물리며 탈세 시도↑

서울 도심 숭례문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렸을까. 서울과 강화를 잇는 강화초지대교를 건너 5㎞쯤 양옆으로 논밭을 낀 채 달리고 나서야 나왔다. '어제연 숯불장어.' 가수 겸 배우 차은우(본명 이동민)의 '탈세 통로'로 지목된 법인이 주소지를 둔 곳이다. 차씨의 모친이 대표인 '디애니'는 차은우가 유일한 소속 연예인인 '1인 기획사'다.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위치한, 차씨 모친 명의 장어집은 2020년부터 5년간 운영됐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업장을 옮기면서 현재는 텅 빈 상태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은 문이 활짝 열려 있어 한국일보는 내부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다 중단한 터라 내부가 어지럽긴 했지만 '괜찮은' 장어집이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늑한 식당 내부는 환풍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마당은 널찍했다. 인적이 드물어 식당 옆 펜션에 묶인 개가 짖는 소리가 사실상 유일한 소음이었다.

장어를 굽고 먹기엔 적합해 보였지만, '대형 스타'의 연예 활동을 지원하기에는 어색한 장소였다. 내부를 수차례 둘러봐도 연예인 연습실 또는 업무용 사무실로 쓸 만한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건물 안내도에도 이 같은 용도의 공간이 별도로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차은우 장어집'인 건 알았지만 기획사로 등록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런 황량한 곳에 기획사를 차렸다고 하니 '탈세용 회사'라고 의심받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세법상 장소(법인 소재지)는 부차적 문제일 뿐이다. 국세청이 차씨에게 200억 원대 세금 추징을 통보한 이유는 '디애니'가 탈세나 절세 말고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페이퍼 컴퍼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차씨는 대형 기획사 판타지오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했다. 판타지오와 차씨 개인의 계약만으로도 차씨의 연예 활동엔 문제가 없는데, 그 사이에 '디애니'라는 법인을 끼워 넣어 '부적절한 혜택'을 봤다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법인의 소득세율은 최고 26.4%이지만, 개인에게 적용되는 최고 소득세율은 49.5%에 달한다.

국내 연예인 중 추징 금액이 가장 많아서 관심이 폭발했을 뿐, 차씨와 비슷한 의혹을 받는 연예인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유행처럼 늘어났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국세청과 세무·연예계 종사자 15명을 취재한 결과, 최근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법인을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이 컸다. 연예인 몸값 급상승과 법인 설립에 대한 낮은 진입 장벽 등 연예산업의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탈세 논란이 빈번해졌다는 분석이다.
"너무 노골적"... 차은우 의혹 들여다보니
차씨를 조사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문제 삼는 건 간단하다. '차씨가 가족 소유 깡통 법인으로 자신이 번 소득을 빼돌렸다'는 것. 국세청이 통보한 추징 금액 200억 원은 '디애니'로 간 소득을 차씨로 다시 돌려놓은 뒤 본세(원래 냈어야 할 세금)와 함께 가산세(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때 내는 세금)를 부과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유진우 택스앤리얼티 대표는 "법인과 개인은 '별개 인격'이니, 법인 기능이 없는데 법인세 혜택을 받은 부분에 대해선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의 탈세 의혹에 대해선 의도성이 특히 짙다는 지적이 많다. 한때 주식회사였던 법인을 유한책임회사로 바꿨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부 구성원 출자 형식으로 만드는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 감사 및 공시에서 자유롭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폐쇄형 회사'(유한책임회사)로의 변경은 '공격적 조세 회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 주소지를 경기 안양시 및 김포시에서 인천 강화군으로 옮긴 것도 의도성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가수들이 주로 소속된 기획사 대표는 "연예기획사가 밀집된 강남과 마포 등지에서는 법인 등록 시 구청에서 현장 조사를 나가는 등 조사 강도가 높기 때문에 기획사가 거의 없는 지역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자산 증식을 노린 것으로도 보인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되는 강화군에 소재한 법인은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등록된 '디애니'의 사업 목적에는 부동산 임대업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판타지오에도 82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 모친의 법인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처리해 줬다고 본 것이다. 국세청의 차씨 탈세 의혹도 판타지오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 관련 업무를 많이 해본 한 세무사는 "차씨가 법인을 통해 탈세를 시도한다는 것을 소속사가 알고 있었을 정황이 매우 짙다"며 "대형 소속사가 관여했다고 보기엔 수법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지적했다.

'법인 역할' 해석 차이... 탈세의 유혹
차씨와 판타지오는 탈세 의혹에 대해 각각 해명을 냈다. 문구는 달랐지만 핵심은 같았다. "국세청 판단이 100%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 법인 설립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법인이 어떤 역할을 얼마나 수행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실제로 법인의 실체를 재단하는 기준은 무 자르듯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오랫동안 논쟁적 사안"이라며 "이런 기준, 저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따져 실질적으로 기능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과 연예인 간 소득 분배가 '사인 간 계약'이라는 점도 해석의 차이를 만든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이 '법인 기능 대비 소득이 과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납세자 입장에선 '법인이 이만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통보한 금액이 조세심판원과 불복소송 단계에서 조정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국세청 내부의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바뀔 수도 있다. 2023년 기준 국세청은 관련 심사 2,132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438건(채택률 20.5%)을 채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추징을 통보했던 1조 9,687억 원 중 9,390억 원이 취소된 것이다.
세무업계에선 고소득자들이 해석의 여지 있다는 것을 '시도해볼 만한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얘기한다. "법인을 통한 절세가 통하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어 다행이고, 안 통하면 소명을 통해 끝까지 겨뤄보면 되는 것"(서울에 사무소를 둔 한 세무사)이기 때문이다.

취약한 연예산업, 탈세 유인 키웠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기에 주목도가 높을 뿐, 탈세 시도가 연예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영상 크리에이터 등 개인 브랜드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1인 기획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개인 소득을 법인 매출로 전환해 신고하는 형태, 법인 설립 뒤 가족 및 지인을 직원으로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보내는 형태, 사적 지출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형태, 법인 자금을 개인 돈처럼 사용하는 형태 등 탈세 방식도 다양하다.
다만 연예산업의 '독특한 특성'이 1인 법인을 통한 탈세 시도로 직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연예기획사 대표 4인의 공통된 얘기다.
①일단 최근 몇 년 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과 한류의 영향으로 '잘나가는' 연예인 몸값이 몇십 배씩 치솟으면서 탈세 유혹이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 ②정반대 상황도 있다. 소수 연예인 위주로 돈이 쏠리면서 나머지 연예인들의 소득은 크게 줄었고, 이들이 소득을 오롯이 가져가기 위해 법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기획사가 물어다 주지 못하는 걸 직접 물어와야 된다. 그러니 기획사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을 쪼개야 한다면, 법인 설립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A기획사 대표)
③비용 처리의 특수성도 1인 기획사 설립을 부추기고 있다. 인적 용역을 제공하는 연예인들은 제조업 등과 달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은 데다 '무엇이 연예활동과 연관된 비용인가'를 판단하기도 애매하다. 신유한 세무법인 유한 대표세무사의 얘기는 이렇다. "연예인들이 '비용을 최대한 많이 청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아끼려다 탈세로 걸린 경우가 많다. 성형 수술 등 일부 비용은 연예활동을 위한 것이지만 직접적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결국 '애매한 비용은 처리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법인 설립이 절세 트렌드로 뜬 것이다."

④연예기획사 설립 진입 장벽도 까다롭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본인 또는 가족 경영 형태의 1인 기획사를 얼마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연예기획사 운영 자격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서 2년 이상 종사한 경력,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사무실)을 갖추면 얻을 수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소속된 한 기획사 대표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기에 적합한 자격을 갖췄는지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기획사 대표는 "'바지 사장'(명의만 빌려주는 것)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⑤무엇보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기획사의 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연예인이 탈세 또는 절세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려고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25년째 연예계에 종사 중인 기획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한 연예인이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 '1인 기획사를 통해 활동할 것이니 재계약은 이곳과 해달라'고 요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판타지오는 코스닥 상장사라서 '간판스타'인 차은우를 놓칠 경우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차씨 일가가 설립한 1인 기획사가 탈세 의심이 들어도 협조했던 게 아닌가 싶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2816130003122)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화=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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