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팔 수 없게 규제하고 팔라니 政·靑에도 다주택 많을 수밖에

청와대가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다시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려 말고, 감면 기회를 잘 활용하길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어조도 갈수록 강경해지고 감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정부 정책을 신뢰해야 한다. 그 신뢰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정부와 청와대,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자신들은 다주택자이거나 부동산으로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다주택을 처분하느니 직을 그만두겠다며 떠난 고위 공직자도 있었다. 이런데 어떤 국민이 정부 정책을 믿겠나.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176명 중 20명 이상이 다주택자이고 3주택자도 다수 있다. 이 중에는 세종시 생활 때문에 불가피하게 다주택이 된 경우도 있지만, 토지거래 허가구역에만 2주택 이상을 보유한 투기성 다주택자도 있다. 작년 11월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국회의원 299명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61명이었다. 민주당 의원 중 다주택자는 15.2%, 국민의힘 다주택자는 32.7%였다.
다주택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부터 다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다주택을 보유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험한 표현을 써가며 집을 팔라고 강요하면 시장은 따라가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지난해 ’10·15대책‘은 전세 낀 갭투자를 원천 금지했다. 다주택자가 전세 놓은 집을 팔고 싶어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는 한 팔 수 없게 돼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강화한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최대 4년간 전세 계약을 유지할 수 있어 강제로 내보낼 방법도 없다. 집을 팔래야 팔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 규제는 그대로 놔두면서 다주택자에게 집을 무조건 처분하라고 하면 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지목하면서 이들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 고위직 중 상당수가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들이 정책은 이 방향으로 내놓고 자신들은 저 방향으로 간다면 시장이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 대통령도 다주택자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집을 팔 수 있게 규제를 바꿔주고 팔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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