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산불 30년] 3.‘재앙’을 막는 법

최현정 2026. 2. 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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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뒤 이미 늦어산불 예방·관리로 악순환 끊어내야" 대형 산불은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2일 강원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1996년 고성산불 이후 2022년 동해안과 양구 산불까지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건수는 총 3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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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산불 1000명 투입 역부족
인재 발생 화재 75% 실형 드물어
“기후위기 환경 대비 교육 중요”

“불 붙은 뒤 이미 늦어…산불 예방·관리로 악순환 끊어내야”

대형 산불은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1996년 고성 산불도 그랬다. 강풍을 탄 불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산림·소방·진화대원 등 1000여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진화 헬기와 살수차 등 대응 장비는 대폭 강화됐지만 기후위기 속 산불은 더 대형화하며 반복되고 있다. 불이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과 초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 1996년 대형 산불로 황폐해졌던 고성군 죽왕면의 한 야산(왼쪽)이 30년이 지난 2026년 1월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며 화마의 상처를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도겸 기자

■ 산림·소방·진화대원·공무원 총동원에도 속수무책

1996년 4월 23일 오후 4시 20분쯤. 산불 현장에 초속 20m의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격장 일대에 머물던 불길이 순식간에 숲으로 번졌다. 오후 5시 10분쯤 산림청 헬기 1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이어 군 헬기 1대도 투입됐지만 거센 바람과 기상 여건 탓에 군 헬기는 철수했다. 산림청 헬기가 약 두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일몰로 더 이상의 진화는 불가능했다. 오후 7시 10분쯤 헬기는 속초비행장으로 철수했다.

불길은 이후에도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심우석 당시 고성부군수가 군청에 총동원령을 내려 읍면동 주민들에게 안전지대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민가 주변에 배치됐고, 군 동력펌프와 소방차가 불길을 막기 위해 연신 물을 뿌리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밤 11시 40분쯤. 강풍을 탄 불길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고, 목숨의 위협을 느낀 소방대원과 군청 직원들은 불길에 쫓겨 안전지대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죽왕면의 가옥들은 차례로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산불 현장에서 총괄 지휘를 맡았던 권순호 제7대 산림국장은 “민가를 지키기 위해 소방차를 배치해 밤새 물을 뿌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며 “그렇게 많은 인력이 동원됐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 열기에 민가 3채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 대형 산불 10건 중 7건 실화… 사후 처벌은 한계

1996년 고성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로 시작된 인재(人災)였다. 군부대 소속의 군인이 불량 판정된 TNT(강력폭약) 525발을 폐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안일하게 처리하다 발화했다. 실화로 인한 산불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강원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1996년 고성산불 이후 2022년 동해안과 양구 산불까지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건수는 총 32건이다. 이 중 입산자 실화, 쓰레기소각, 담뱃불 실화 등 사람에 의한 실화가 24건으로 75%를 차지했다.

문제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실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망자 27명, 부상자 40명, 피해면적 9만 9289㏊, 3500여명의 이재민이라는 역대급 대형 산불을 낸 경북 산불 피고인들 역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산불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재판부는 “사망과 부상 등 인명 피해를 피고인들의 행위와 연관을 지으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명확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대형 산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대형 산불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예방과 초기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고성 산불 이후 2000년대만해도 예방·대응·대비·복구 중 40~50%를 예방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예방 비중이 10%대로 낮아졌다”며 “대형 산불이 발생한 뒤에는 이미 늦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대형화되기 쉬운 환경이 된 만큼 교육을 포함한 예방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기자 hj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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