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동 킥보드, 면허 의무화보다 속도 제한 강화가 현실적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6. 2. 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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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부원장
지난 2023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앞 횡단보도에서 한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며 길을 건너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전동 킥보드 안전 규제와 관련한 법률안을 다시 가져와 재심의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전동 킥보드 이용 시 면허를 요구하는 현행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하자 법적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면허 확인 의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헌재는 작년 12월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한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런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안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는 건 다행스럽다.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안전을 끌어올릴 수 있고,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안전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 필요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본래 오토바이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다. 조작 방식이나 주행 특성이 오토바이와는 전혀 다른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오토바이 면허를 요구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과도한 진입 장벽이 된다. 더 큰 문제는 현실성이다. 대다수 이용자가 단거리 이동을 위해 전동 킥보드를 선택한다. 그래서 이들이 별도의 시험장을 찾아 면허를 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결과 현행 제도는 상당수 전동 킥보드 이용자, 특히 청소년 이용자를 사실상 무면허 상태로 남겨두는 구조다. 실제로 10대 전동 킥보드 사고 중 무면허 상태에서 발생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규제가 안전을 확보하기보다는 현실과 괴리된 채 불법을 양산하는 셈이다.

국회가 기존에 국토위를 통과했던 최고 속도를 기존 시속 25㎞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이나, 운전 자격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전동 킥보드 사고의 심각성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입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건 어떤 수단이 실제로 안전을 높이느냐에 있다. 일본은 우리와는 다른 해법을 선택했다. 일본은 2023년 7월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전동 킥보드에 대해 운전면허 의무를 폐지했다. 대신 만 16세 이상이라는 연령 제한과 최고 속도 시속 20㎞라는 제한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키기 어려운 면허 규제’보다는 ‘속도와 이용 조건을 관리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실용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역시 면허보다는 속도 제한과 기기 기준 강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안전 대책 역시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단속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줄이고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고속도 하향 논의는 바람직하다. 속도가 시속 5km만 낮아져도 충돌 시 충격량은 꽤 감소한다. 운전 자격 확인은 원동기 면허 소지 여부보다 성인 인증 또는 만 16세 이상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현장에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오토바이 주행법을 묻는 필기시험 대신, 전동 킥보드의 특성을 반영한 온라인 안전 교육 이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규제를 반복하는 것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면허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했을뿐이며,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의미까지는 아니다. 국회는 이번 재심의 과정에서 기존 틀에만 머무르기보다 전동 킥보드에 특화된 운전 자격 제도라는 실질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엄격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작동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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