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보다 더 힘든 순간…메이저 준우승자가 무대에 서는 이유
최대영 2026. 2. 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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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메이저 대회 결승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나란히 서서 팬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나 패배 직후 공개 무대에 올라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건네야 하는 이 시간은 많은 선수들에게 결승전만큼이나 버거운 순간이다.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사발렌카는 결승 전 "패한 선수를 시상식 내내 무대에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준우승 인터뷰 폐지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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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메이저 대회 결승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나란히 서서 팬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나 패배 직후 공개 무대에 올라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건네야 하는 이 시간은 많은 선수들에게 결승전만큼이나 버거운 순간이다.
미국 ESPN은 최근 메이저 대회 준우승 인터뷰를 두고 “예술이자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결승에서 패한 선수는 불과 몇 분 전까지 평생을 바쳐 준비해 온 목표가 무너진 상황에서, 상대를 축하하고 대회 관계자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 다른 종목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5년 전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올랐던 제니퍼 브레이디는 경기 전날 밤, 결승 자체보다도 경기 후 인터뷰가 더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오사카 나오미에게 패한 직후 무대에 올라야 했던 그는 “5분도 안 돼서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슬픔은 잠시 미뤄두고 전 세계 생중계 앞에서 감정을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패배를 유머로 넘기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에게 패한 노바크 조코비치는 “이겼을 때와 졌을 때 연설문을 따로 준비했다”고 웃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관중석에 있던 라파엘 나달을 향해 “오늘 스페인 전설 두 명을 상대해 불공평했다”고 말해 큰 웃음을 끌어냈다. 다닐 메드베데프 역시 메이저 결승에서 여러 차례 준우승을 경험하며 특유의 농담으로 아쉬움을 표현해 온 선수다.

반대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리나 사발렌카는 프랑스오픈 결승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실수를 강조하며 논란을 낳았고, 미라 안드레예바는 주니어 호주오픈 결승에서 패한 뒤 시상식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해 화제가 됐다.
눈물과 진심이 오히려 더 큰 박수를 받는 장면도 있다. 지난해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이가 시비옹테크에게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패한 어맨다 아니시모바는 무대 위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어머니를 향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며 다시 관중의 마음을 얻었다. 팬들은 웃음과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사발렌카는 결승 전 “패한 선수를 시상식 내내 무대에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준우승 인터뷰 폐지론을 제기했다. 패배 직후의 감정은 너무 날것이라며,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테니스는 여전히 승자와 패자가 함께 서는 전통을 유지한다. 가장 힘든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적인 모습이 이 스포츠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 EPA, AFP / 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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