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을 각오” 이란 시위 최전선에 선 ‘1020’

WSJ, 시위 주축 청년 세대 집중 조명…진압 희생자도 가장 많아
이란 인구 42%가 30세 미만…실업률은 20% 넘어 미래도 불안
“인터넷 통해 정상적 삶이 아니란 것 알아” 정권 문제 빠르게 인지
이란 반정부 시위를 이란 전역으로 확산시킨 최전선에는 이란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며 거리로 나선 Z세대가 있었다. 반정부 시위 참여자 가운데 10~20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시위가 폭발적으로 확산했으며, 이란 정부의 강경한 유혈진압으로 희생된 이들도 대부분 청년층이었다.
17세 샘 아프샤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수영을 잘했던 그는 지난달 7일 아버지에게 “내일 시위에 참여할 예정이니 엄마에게 비밀로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나흘 후 카라즈의 한 영안실 바닥에 줄지어 놓인 시신 가방 속에서 아들을 찾아냈다.
17세 축구 선수 레빈 모라디도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족은 나흘 후 테헤란의 카흐리자크 영안실에서 그를 발견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아미달리 헤이다리는 18세 생일을 앞두고 케르만샤에서 열린 시위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의 주축이 됐던 이란 Z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WSJ는 이란 화폐 가치 폭락에 불만을 품은 보수적 시장 상인들이 시작한 시위에 청년·학생들이 합류하며 체제 전복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권의 유혈진압으로 사망한 이가 수천명에서 수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희생자 상당수는 30대 미만의 청년층으로 보인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6842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46명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이다. 다른 인권단체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의 약 절반이 1997~2012년 사이에 태어난 이란 Z세대라고 WSJ는 전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청년층이 주축으로 나선 배경엔 청년 세대 비율이 높은 이란의 인구 구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인구의 42%가 30세 미만이지만 이들은 경제난으로 전례 없이 불안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청년층의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파르스주 출신의 22세 오미드는 16세부터 일하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생필품을 살 여유조차 없다며 “시위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겠냐”고 이란와이어에 말했다.
Z세대는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란의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소식을 자연스럽게 접한 이들은 강경보수 이슬람 정권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여긴다. 테헤란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17세 타를란은 “부모님 세대는 인터넷이 없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삶이 정상적 삶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구금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서 촉발된 ‘여성·생명·자유’ 운동의 주축도 청년 세대였다. 당시 6개월 동안 이어진 시위에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홀리 다그레스 워싱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젊은 이란인들은 총알과 곤봉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거리로 나선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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