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장 숙소난] 주거 대책은 겉핥기…현장서는 허가 막막
설치 기준 해석 차이로 미적용
실사용자 차단은 과도한 해석
투입 인력 늘어나도 공급 더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인력 '숙소난' 해소를 위해 용인시가 마련한 임시숙소 설치 기준이 행정 해석 차이로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서 임시숙소가 지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2026년 2월2일자 1면 [뉴스 속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장 '숙소난'>
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시는 지난해 4월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에 투입되는 건설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설건축물 형태의 임시숙소 설치 기준을 마련했다.
기준에는 SK에코플랜트 등 실사용자(원도급자·하도급자)가 임시숙소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실사용자와의 연계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할 경우 제3자가 설치하는 것도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조항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서 180세대 규모 임시숙소 건립을 추진 중인 건축주 A씨는 산단 인접 부지를 확보한 뒤 SK에코플랜트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B 업체와 임시숙소 사용 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난해 말 처인구청으로부터 반려 통보를 받았다.
처인구는 협약서는 객관적 자료로 부족하다며 원청인 SK에코플랜트와의 도급 계약서나 B 업체가 직접 임시숙소를 건축한다는 내용의 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준에는 실사용자의 연계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제3자 설치를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B 업체와의 협약서는 이를 충족하는 자료"라고 했다. 이어 "임시숙소의 실사용자는 B 업체 소속 노동자들인데 SK에코플랜트와 직접 계약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공 이후 실사용자가 확정되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인데 이를 이유로 허가 자체를 막는 것은 과도한 행정 해석"이라고 했다.
반면 처인구는 농지에 대한 '타 용도 목적의 일시 사용' 허가인 만큼 사후 원상복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인구 관계자는 "농업진흥지역이나 경지 정리된 농지는 행위 제한이 엄격한 곳"이라며 "임시숙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공사 종료 이후 원상복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계약 관계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반려 사례에서도 원청에 복구 책임 여부를 확인했지만 원청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허가를 내줄 수 없었다"며 "재하청 구조에서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약서는 사업 추진에 대한 의사 표현에 불과하고 공사 기간과 책임 범위가 명시된 도급 계약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이처럼 임시숙소 설치 기준은 마련됐지만 실제 허가 사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처인구에 따르면 기준 마련 이후 접수됐다가 반려된 사례는 1건이지만 유사 문의는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현장 투입 인력이 1만5000명에서 많게는 2만명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숙소 공급은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평택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건설 노동자 김모(47)씨는 "용인 쪽에 집을 알아본 동료들이 많았지만 물량도 없고 가격이 너무 비싸 다들 포기했다"며 "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차장은 협소하고 기숙사나 숙소 대책 이야기도 들리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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