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지배 없는 자유를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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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말하는 언어는 익숙하다.
간섭받지 않을 자유, 선택할 자유 , 표현의 자유 등이다.
공화주의 전통에서 자유의 적은 간섭이 아니라 지배다.
그는 자유주의가 강조해 온 소극적 자유, 즉 외부의 간섭이 없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권력의 그림자를 간과해 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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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페팃, 신공화주의
허윤회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자유를 말하는 언어는 익숙하다. 간섭받지 않을 자유, 선택할 자유 , 표현의 자유 등이다. 필립 페팃은 이 익숙한 어휘에 질문을 던진다. 자유의 반대말은 정말 ‘간섭’일까. 그의 대답은 다르다. 공화주의 전통에서 자유의 적은 간섭이 아니라 지배다. 모든 시민이 지배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강조하는 ‘비지배 자유’ 개념으로 그는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동시에 확보한다.
아일랜드 출신 정치철학자 페팃의 신공화주의는 이렇게 단순하지만 불편한 전환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유주의가 강조해 온 소극적 자유, 즉 외부의 간섭이 없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권력의 그림자를 간과해 왔다고 봤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조차 누군가의 임의적 판단에 노출돼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팃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이 ‘비지배 자유’다.
책은 페팃의 주저 ‘신공화주의’를 축으로 그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로마 공화정에서 미국 건국에 이르는 공화주의의 역사에서부터 신공화주의가 표방하는 ‘견제 민주주의’까지 폭넓게 조망했다. 특히 신공화주의가 환경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등과 어떻게 접속되는지를 짚는 대목은 책이 고전적 향수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집중을 억제하는 입헌주의와 시민의 참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오늘의 정치 현실에 곧바로 연결된다.
페팃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투표로 끝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은 언제든 시민의 이의 제기와 견제를 받아야 하며, 제재와 선별의 장치가 상시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여기서 시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주체다. 이 지점에서 책은 한국 사회를 자연스럽게 호출한다. 우리 사회의 대안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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