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업계 이목 쏠린 SMR 유치전…부산 기장, 경주 제칠 수 있을까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2026. 2.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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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자로 유치에 기장군·경주시 ‘눈독’
전문가 “첫 호기가 가지는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야”

(시사저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고리원자력본부. 왼쪽부터 고리원전 1·2·3·4호기 ⓒ 한수원 제공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유치에 지자체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서로 최적지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 기장군과 경주시가 일찌감치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계획에는 대형 원전 2기를 포함해 SMR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전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부는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원전 추가 건설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기장군은 기후부 발표에 따라 SMR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차세대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신고리 7·8호기 전원개발예정지를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이 부지는 현재 한수원 소유의 임해 지역이다. 별도 부지 매입이나 정지 작업 없이 i-SMR 초도 호기 착공이 가능하다. 기존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송배전 전력망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송전설비 구축에 따른 비용과 주민갈등, 건설 기간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인접해 전력 수요가 풍부하다. 우수한 정주 여건 때문에 전문 인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기장군 관계자는 "행정 절차 간소화가 가능하고 평탄화 작업도 돼 있다. 일반인 제한 구역에도 걸리지 않는다"며 "환경이나 입지 요건 등 전체적으로 기장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1978년부터 고리1호기가 운전되면서 지진 등 환경적 요인과 안전성이 검증돼 왔다"고 했다.

정종복 군수도 "곧 진행될 SMR 부지 공모와 타 지자체와의 평가 경쟁에서 기장군이 입지적 강점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수용성 확보"라며 "현재 원전 주변지역 주민 기대와 요구가 큰 만큼 군민 전체의 뜻을 모으기 위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소통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기장군은 신청 기간 내 기장군의회 동의를 얻어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기장군에 따르면,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관련 서류를 3월30일까지 한수원에 제출해야 한다. 6월25일까지 평가와 선정이 이뤄진 이후 이르면 그달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기장군은 대형 원전보다 유치 가능성이 큰 SMR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형 원전 건설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업계에서 경북 영덕 등 다른 지역의 대형 원전 유치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SMR이 유치될 경우에도 막대한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건설비의 2% 수준인 약 1200억원의 특별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기장군 재정 건전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경주시도 "가장 현실적이고 준비된 후보지"라며 유치전에 돌입했다. 경주는 '원자력 전주기'가 집약된 국내 유일의 완결형 원자력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i-SMR 핵심 기술 개발과 실증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곧 개소를 앞두고 있는 데다 반경 5km 이내에 SMR 모듈 제작을 위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한수원 본사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집적돼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연구·실증·제조·운영·해체에 이르는 원전 전 생애주기를 한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라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내 유휴부지와 이미 구축된 전력 계통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부지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는 적합지 경쟁을 넘어 유치 순서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심형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이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일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SMR을 많이 지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적합도보다는 유치 순서의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굳이 적합지를 말하자면 첫 호기가 가지는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냉각수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를 바다 인근에만 지었는데, 갑자기 내륙에 냉각탑을 세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적합성은 평가위원들께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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