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드디어 그래미 벽 넘었다… 케데헌 '골든' 첫 수상
'K팝 프로듀서' 테디·24·IDO, 이재와 함께 수상
본상은 로제·케데헌·캣츠아이 후보 오른 데 만족

K팝이 사상 최초로 그래미 트로피를 품었다. 방탄소년단이 2019년 시상자로 처음 무대에 서고 2021년 후보 명단에 오른 첫 주인공이 된 뒤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K팝은 그래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본상(General Fields) 후보에도 처음, 그것도 여러 팀이 복수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지만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 ‘골든’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영상 매체를 위해 쓰인 최우수곡(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상을 차지했다. ‘골든’ 작사·작곡에 참여한 이재, 테디, 24, IDO 등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데 이어 이날도 트로피를 거머쥐며 K팝 아티스트 최초 그래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클래식 부문에선 소프라노 조수미,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 등이 그래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정규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사전 행사에서 트로피를 받은 프로듀서 24는 “아쉽게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 스승이자 친구인 ‘K팝의 개척자’ 테디 형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골든’이 K팝 최초의 그래미 수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히트곡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글로벌 장르인 K팝의 오랜 갈증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골든’은 한국과 미국의 작곡가·프로듀서가 힘을 모아 완성한 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K팝이 미국에서 주류 음악 장르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골든’의 이번 수상으로 미국 곡의 정의에 K팝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잠재적으로 심어주면서 추후 K팝이 더 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본상 부문에선 그래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미국을 위시한 여러 국가의 1만 5,000여 심사위원단이 수상자(작)를 결정하는 그래미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4개의 본상(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과 장르별 세부 부문을 시상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골든’이 본상인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오르는 등 총 5개 부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1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시상식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는 본상 2개 부문(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에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까지 3개 부문 후보에, 국내 하이브와 미국 게펜레코드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는 신인상 후보에 각각 올랐으나 수상에 이르진 못했다.
K팝이 주인공으로 그래미 본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3년 전 콜드플레이가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을 때 방탄소년단이 수록곡 '마이 유니버스'를 피처링한 자격으로 함께 후보가 됐을 뿐이다.
올해의 노래는 빌리 아일리시의 ‘와일드플라워’, 올해의 레코드는 켄드릭 라마와 시저의 ‘루서’에 돌아갔다. 신인상 트로피는 올리비아 딘이 가져갔다. ‘골든’과 ‘아파트’,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까지 K팝 곡만 3곡이 후보에 올랐던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은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디파잉 그래피티’가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단속 정책과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총격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관심을 모았다. 본상 가운데서도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드 버니는 ‘뮤지카 어바나앨범’ 부문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아이스 아웃(ICE OUT)”을 외치며 “우리는 야만인이나 동물,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자 미국인”이라고 말했고, 빌리 아일리시는 ‘ICE OUT’ 배지를 옷에 달고 무대에 올라 ‘FXXX ICE’라고 욕설을 내뱉으며 “죄송하다”면서 “훔친(stolen) 땅 위에 불법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외쳤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패산서 발견된 9000만 원 상당 100돈 금팔찌 주인은 누구?-사회ㅣ한국일보
- '징역 1년 8월' 그친 김건희 근황… "편지·영치금 보내준 분들 고맙다"-사회ㅣ한국일보
- 묘소 11기에 '소금 테러' 한 노인들, 변명은?… "조상들 잘되라고"-사회ㅣ한국일보
- 꽁꽁 언 막걸리 병, 어묵탕에 '풍덩'… 태백산 눈축제 노점 위생 논란-사회ㅣ한국일보
- 손가락 잘라도, 장기 보여도...'어둠 속 파수꾼' 교도관은 "사명감"을 말했다-사회ㅣ한국일보
- 구준엽 근황… 故 서희원 묘비서 눈물 "무너진 모습 보이기 싫어"-문화ㅣ한국일보
- ○○마켓에서 부업으로 신발 팔았더니...수천만 원 부가세 폭탄-오피니언ㅣ한국일보
- "2만원이 90만원으로"… 전원주, SK하이닉스 '14년 장기투자' 성과-문화ㅣ한국일보
- [르포] "다카이치 보고 싶어" 아이돌 뺨치는 인기에 유세장 긴 줄-국제ㅣ한국일보
- '예금만 310억' 이찬진 금감원장, 순금에 해외주식도 보유-경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