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심술에 트리플보기 황유민, 그래도 ‘톱5’
데뷔전 5언더…티띠꾼보다 잘쳐
17번홀 파 퍼트, 강풍에 러프행
하루 뒤 어프로치 길어 트리플
양희영 준우승 등 5명 톱10 진입


1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CC(파72·6624야드)’에서 열린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마친 황유민(23)의 얼굴에서는 아쉬움과 안도감이 함께 읽혔다.
첫 대회부터 황당한 상황을 겪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우승권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은 성과다.
황유민은 이날 재개된 3라운드 17번 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를 적고 18번 홀(파4)은 파로 막아 합계 5언더파 211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13언더파로 우승한 넬리 코르다(미국)와는 8타 차다. 지난해 초청 선수로 출전한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미국 무대 직행 티켓을 따낸 황유민이다.
트리플 보기 상황은 이렇다. 전날인 31일 3라운드 경기 17번 홀에서 황유민의 파 퍼트는 홀을 살짝 지나갔다. 멈출 줄 알았던 공은 불운하게도 바람을 타고 계속 굴러 그린 밖 러프에 가서야 멈췄다. 황유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제야 경기는 중단됐다. 곁에 있던 경기위원이 황유민의 공이 멈추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무전을 통해 중단을 요청했다. 결정이 좀 더 빨랐다면 황유민은 퍼트를 하지 않고 경기를 중단할 수 있었을 테니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하루 뒤 황유민은 같은 자리에서 네 번째 샷을 해야 했다. 바람이 여전히 강한 탓에 웨지 샷이 좀 컸고 투 퍼트로 3타를 잃고 말았다.
얄궂은 바람의 심술에 공동 3위에서 공동 5위로 내려갔지만 황유민은 지난해 2승을 올린 신인왕 야마시타 미유(일본)와 같은 순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데뷔 시즌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세계 랭킹 1위 지노 티띠꾼(4언더파 공동 7위·태국)보다 잘했다.
황유민은 사흘 동안 드라이버 샷 평균 270야드의 장타를 뿜으면서 샌드 세이브 100%(3/3)의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그는 경기 후 “2026년 첫 대회인데 잘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한 주 동안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날씨 때문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훈련지로 가서 쇼트 게임을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했다.
혼다 타일랜드 대회 출전권이 없는 황유민은 태국 치앙라이로 이동해 훈련을 이어간 뒤 26일 시작되는 싱가포르 HSBC 월드 챔피언십과 중국 하이난 블루 베이 대회를 연속 출전한다.
한국 군단은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출발이 좋다. 톱10 14명 중에 한국 선수 5명이 이름을 올리며 올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양희영(2위), 황유민(5위), 이소미·유해란·김아림(9위)이 톱10 안에 자리했다. 최근 2년 간 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만 초대 받아 열린 이번 대회는 강풍 등 악천후로 최종일 4라운드 경기를 열지 못해 3라운드 54홀 대회로 마무리됐다.
전날 3라운드 18홀을 모두 소화한 코르다는 다른 선수들의 결과를 지켜만 보다가 우승을 확정했다. 상금은 31만 5000 달러(약 4억 6000만 원). 2024년 7승을 쓸어 담았지만 지난해 무승에 그쳤던 코르다는 새해 개막전부터 통산 16승째를 달성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3라운드 잔여 두 홀에 파·파를 적은 양희영(37)은 10언더파 206타로 3타 차 단독 2위에 올랐다. 2024년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은 지난해 톱10 한 번 없는 조용한 시즌을 보냈지만, 새 시즌 들자마자 준우승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준우승 상금은 22만 4001 달러(약 3억 2000만 원)다.
양희영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경기를 치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날씨와 코스 컨디션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본다”며 “겨울 훈련 동안 준비해온 부분들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이밍과 스피드를 중심으로 퍼트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부터 투어 생활을 이어오며 번아웃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고 경쟁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LPGA 투어의 한국 군단 중 맏언니인 양희영은 ‘파타야의 여왕’으로도 유명하다. 통산 6승 가운데 태국 파타야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올린 승수가 3승(2015·2017·2019년)이다. 다음 대회가 바로 혼다 타일랜드(19~22일)라 통산 7승 기대가 크다.
이소미와 유해란, 김아림이 3언더파 공동 9위에 올랐다.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7언더파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6언더파 4위로 마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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