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가장 오래된' 인도 레스토랑 폐점 위기에..."국왕 개입해라"
국왕 개입 촉구 청원에 1만8,000명 서명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 레스토랑이 폐점 위기에 놓이자 영국 시민들이 국왕의 개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인도 레스토랑 '비라스와미'가 건물주인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임대 계약 분쟁으로 폐점 위기에 처했습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왕실 재산 운영 재단입니다.
이에 해당 식당의 지지자들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이곳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입니다. 청원서는 찰스 3세 국왕에게 역사적인 기관을 보호하고, 인도-영국 간 문화 교류의 상징을 보존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죠. 현재까지 1만8,000명 이상의 서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레이먼드 블랑, 미셸루 등 유명 셰프들도 영업 유지를 촉구하는 청원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1926년에 문을 연 비라스와미는 3월 개업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BBC에 따르면 비라스와미가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영국에서 획기적인 인도 식당이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와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도 이곳의 고객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찰리 채플린, 말론 브란도와 같은 유명 배우는 물론, 윈스턴 처칠 등 사회 저명인사들도 즐겨 찾았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딸인 앤 공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이 방문했죠.

비라스와미의 공동 소유주인 란짓 마트라니는 "(이 식당은) 영국 내 인도 공동체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인도 식당이 생겨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 중 '제2차 세계 대선 당시 이곳에서 약혼했다', '삼촌이 1950년대에 나를 이곳에 데려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도 했습니다.
비라스와미와 크라운 에스테이트 간 분쟁은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인근에 위치한 건물을 개보수하려는 계획에서 비롯됐습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 측은 레스토랑 공간을 사무실로 바꾸고 현 출입구를 변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식당 폐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죠.
크라운 에스테이트 대변인은 "이번 일은 비라스와미에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며, 재정적 보상과 함께 다른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여름에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식당 측은 임대 계약 갱신 거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예정입니다.
영국에서 오래된 인도 레스토랑이 문을 닫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1950년대 초 런던에서 문을 연 또 다른 인도 식당인 '인디아 클럽'은 2023년 건물 재개발을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죠. 이와 관련해 마트라니는 "수십 년간 한자리에 있었던 식당을 옮기려는 시도는 '문화적 무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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