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무원 죽음 내몬 ‘출장비 편법 집행’…경기도의원 입건은 ‘0’

이혜영 기자 2026. 2. 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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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항공료 과다 청구’ 경기도의회 등 수사…지방의원은 대부분 수사망 제외
공무원 노조 “‘관행이라 몰랐다’ 도의원 다 빠져나가고 지시 따른 실무자만 수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가 1월30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의회 사망 공무원 추모 모임'을 진행한 가운데 동료 공무원들이 분향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 제공

국외출장비 부정 사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경기도의회 30대 직원이 사망한 가운데 해당 의혹으로 입건된 도의원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노조는 혜택은 도의원이 받고, 위법 행위에 따른 형사처벌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무처 직원이 떠맡고 있다며 쇄신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외출장비 부정 사용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의회 소속 도의원 가운데 입건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사망한 A씨를 포함해 경비 처리 실무 등을 맡았던 경기도의회 직원 10여 명만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국외출장비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된 도내 19개 지방의회 중 경기도의회와 수원·안산·화성·광주시의회 5곳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14곳 중 9곳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고, 5곳은 불입건 종결했다. 이중 지방의원이 송치된 사례는 시의원 11명이 공직선거법 위반(불법 기부행위) 혐의를 받은 평택시의회와 6명이 사기·사문서 변조 등 혐의(과다청구)를 받은 안양시의회 2곳뿐이다. 

경기도의원들이 입건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은 국외출장비 과다 청구에 이들이 관여하거나 사전에 인지·공모했는지 여부를 확인했지만, 관련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다 청구 혐의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드러난 증거상 도의원들이 이를 알았다고 볼 만한 대목이 없다"고 말했다. 

입건된 여행사와 담당 공무원들도 국외출장비 과다 청구와 관련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국외출장비 부풀리기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원들이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행한 뒤 실제로는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 해당 차액만큼을 출장지에서 식비 등 명목으로 더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7급 공무원인 A씨는 경기도의회에서 지출을 담당했던 직원으로, 경찰은 도의회와 출장 용역을 맡은 여행사 간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A씨가 이른바 '페이백' 형태로 뒷돈을 받아 챙겼는지 여부도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0일 용인시 수지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 하루 전 도의원들의 항공료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수원영통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5월에도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실무자에게만 책임 묻는 구조적 타살" 

공무원 노동조합은 사망한 A씨처럼 지시를 따라 영수증 처리만 담당한 직원들은 형사처벌 위험을 떠안고 정작 도의원과 윗선, 출장 기획자는 모두 수사 대상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정에 맞지 않는 여비 규정과 국외출장 관행에 대한 재점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기준 재설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경기도의회 직원 사망에 대한 성명을 내고 "30대 공무원의 사망은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지방의회의 기형적인 행정 구조, 힘없는 실무자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 수사 관행이 결합해 빚어낸 명백한 '구조적 타살'"이라고 직격했다. 

전공노는 지난해 권익위 조사에서 전국 405곳의 지방의회가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사례가 적발됐다며, 개별 공무원의 범죄가 아닌 의회 차원에서 묵인돼 온 '편법적 예산 집행'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편법의 과실을 누린 도의원들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관행이라 몰랐다'는 비겁한 변명 뒤로 숨어버렸다"며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은 지시에 따라 실무를 처리한 7급 공무원 뿐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다시는 실무자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의원들의 갑질과 편법 행위를 근절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쇄신안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청 공무원노조도  성명을 내고 "현실과 동떨어진 공무원 국외 여비 기준으로 현장 공무원들이 구조적인 불이익과 부당한 의심에 노출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우선임에도 권익위는 관련 기관을 경찰에 고발해 담당자를 범법자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외출장에 참여한 공무원은 부족한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정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 이는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라며, 이와 함께 실무 공무원에 대한 부당 지시와 강요 근절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국외공무출장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의정국장을 단장으로 한 전담 TF 구성을 통해 국외공무출장 절차 전반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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