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아시아가 하나 된 자리, 열우물

기호일보 2026. 2. 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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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더샵부평센트럴시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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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부평구에 위치한 열우물로 164의 2만6천723㎡ 부지에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문이 열렸다. 그곳이 바로 열우물 경기장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루기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으로 이 작은 동네 이름인 열우물을 단순한 스포츠 축제를 넘어 지구촌의 지도에 새기는 순간을 맞이한다.

테니스 라켓이 휘어지고 스쿼시 공이 튀던 그 곳. 7천 석의 관중석에는 낯선 언어와 익숙한 얼굴이 공존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전광판에 적힌 '열우물 경기장'은 이 땅을 넘어 수천 번 반복되었다. 아시아 각국에서 온 선수들은 이 이름을 입에 담았고 기억하고 있는 곳으로.

열우물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그해 가을, 열우물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동네 이름이 아닌 어떤 이에게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안내 방송 속의 장소명과 중계 화면 자막에 표시되었고 경기 일정표에 적힌 장소이기도 했다.

경기장 안의 관중의 함성은 열우물 담장을 넘어 퍼졌다. 대회 기간 동안 이곳은 국제경기장의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울려 퍼졌다. 이 열우물은 경기장을 건립하기 전 부지에 마르지 않은 샘으로 불렸던 공동우물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복원은 되지 않았다.

고유 명칭인 열우물은 우물이 사라진 뒤에도 경기장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던 곳으로 아이들이 뛰어놀던 자리로. 남아 있는 곳에 국제대회장이라는 칭호가 붙인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사의 삶의 흔적이 아시안게임이라는 빛 아래 재조명된 것이다.

경기장이 생기고 마을이 바뀌어도 열우물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이 땅에 스며 있다는 사실이다. 열우물은 스포츠의 열기와 마을의 온기가 만나는 교차로가 되었고 우물의 물이 흐르던 길처럼 그 이름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다시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한다. 가장 오래된 지명이 가장 큰 무대에 서던 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을. 아시아 45개 나라 수많은 선수와 관계자 청취자들은 열우물이라는 명칭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이 이름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이 땅을 불러오던 명칭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동안에는 더 멀리 전달되었을 뿐이다.

공동우물이 있던 시절 이곳은 물을 길으러 오는 자리였고 소식이 오가던 장소였다. 우물이 사라지고 마을의 모습이 달라진 뒤에도 그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국제대회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에 '열우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일은 이 지역의 기억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대회는 끝나고 시간이 흘러 열우물경기장은 다시 동네의 공간이 되었다. 지금 이곳에는 생활체육을 즐기는 주민들이 오간다. 공이 라켓에 벽에 부딪히는 소리, 정해진 시간에 반복되는 발걸음이 경기장을 채운다. 국제대회의 흔적은 희미해졌지만 공간은 비어 있지 않다.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은 흘렀다. 지금은 사람이 모여 생활체육을 즐기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예전 열우물이 물을 중심으로 사람을 불러 모았다면 지금의 열우물은 테니스, 수영, 골프 등 운동과 일상으로 사람을 모은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역할은 이어지고 있다.

열우물이야기를 쓰며 자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사라진 풍경보다 남은 감각이다. 세계가 다녀간 자리는 특별해 보이기 쉽지만 이곳의 의미는 그 이후에 있다. 국제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 공간이 지역의 삶 속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열우물은 더 이상 우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이름만 남은 자리도 아니다. 60억 아시아가 하나로 불렸던 순간을 지나 지금은 다시 동네의 하루를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열우물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한때 세계와 오래된 지역 사이를 오가며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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