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수용자 60~70명 관리하는 ‘극한직업’ 교도관…화성직업훈련교도소 가보니

이재희 기자 2026. 2. 2. 14: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원 1명당 60~70명 관리, 출정·병원 업무로 인력 차출 땐 1인당 100명도 관리
수용자 10명 중 1명이 정신질환자…“정신질환자 1명이 일반인 100명보다 힘들어”
국내 4개 직종뿐인 ‘제복 공무원’이지만 고강도 업무·정신적 스트레스 등 시달려
법무부 “교정시설 개선·확충하고 현 인력의 50% 이상 증원해야 선진국 수준 맞춰”
1월 29일 경기 화성시 마도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교도소 내 기동순찰팀(CRPT)이 보호장비 착용 시연을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며칠 전 환청·환시를 겪는 정신질환 수용자가 변기 위에 올라가 ‘시체가 보인다’며 몇 시간 동안 소리를 질렀어요. 정신질환자 1명 상대하는 게 일반 수용자 100명보다 힘들어요.”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위치한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경찰·군인·소방관과 함께 국내 4개 직종뿐인 제복 공무원의 하나인 교도관들은 흐트러짐 없는 근무 태도를 유지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업무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58곳에 설치된 교정시설에는 수용 공간 부족으로 정원(5만614명)을 훌쩍 뛰어넘는 6만5279명이 수용돼 평균 수용율이 129%에 달한다. 특히 여성 수용자의 경우 5605명이 수용돼 수용율이 140%를 넘었다. 게다가 ‘일반 수용자 100명보다 힘들다’는 정신질환 수용자가 6345명에 달해 전체 수감자의 10%가량을 차지하고 계속 증가 추세다.

통계상 교도직원 1명당 수용자 4.8명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는 교정본부 전체 인원과 수감자를 단순 비교한 수치로 실제 수용자를 담당하는 보안과 직원의 경우 한 명당 60~70명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수용자가 재판 출석하거나 병원에 입원할 경우 인력 차출로 남은 교도관 한 명이 100명 가까운 수용자를 관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와 교도관의 인권보호는 물론이고 교정·교화라는 본래 업무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업훈련 수감자들만을 수용할 목적으로 세워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역시 다른 교도소의 수용 능력 부족에 일반 수용자들도 받고 있다. 이곳은 여느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이미 정원(1450명)을 훌쩍 넘겨 수용자 1800여 명을 관리 중이었다.

수용 능력 초과와 함께 광범위한 업무 스펙트럼도 교도관들의 업무강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수용자들은 교도관 동행 없이 이동이 불가능해 운전면허 갱신, 휴대전화 요금·수도세 납부 등 기본적 일상도 교도관을 통하지 않고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용접 등 직업훈련 과정이 있는 만큼 무기가 될 만한 장비는 일일이 장부에 반납 상황을 기록해야 하는 등 업무 범위가 다양하다. 또 일과 후에는 1시간 넘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700~800명에 달하는 직업훈련 수용자들을 몸수색해야 하는 등 신체적 피로 역시 높았다.

하루 1~2회씩 비상·응급상황이 생겨 출동한다는 기동순찰팀(CRPT)를 비롯한 교도관들은 직접 몸으로 수용자들과 부딪히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은 물론 ‘과잉진압’이라며 고소·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에 시달리는 게 일상이었다. 한 교도관은 “교도관 측 승소율이 100%인 뻔한 싸움이지만 경찰 조사·재판 등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크고 근무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며 “자체적으로 모은 위로금을 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찾은 화성직업훈련교도의 경비는 삼엄했다. 수용동 등 모든 건물의 창문·출입문에 철창살이 달려 있었고, 전산시스템을 통해 지문·출입증을 찍어야 출입이 가능했다. 여기에 더해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손으로 자물쇠를 일일이 잠가야 했다. 유일한 출입구는 이중문으로, 두 문이 한꺼번에 열리지 않도록 시스템화돼 있을 뿐 아니라 문 사이 간격을 늘려 수용자가 도주해도 중간에 잡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 교도관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그래도 직업훈련을 위해 수형 태도 등을 근거로 선별된 수용자들이 오고 시설도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만큼, 실제 교정 현실은 오늘 본 것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이나 소방관과 달리 순직 후에도 현충원에 들어갈 수 없는 등 교도관들에 대한 인식·처우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관이 부족하면 교정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최소한 50% 이상 충원돼야 그나마 선진국에 맞는 수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현장을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용자 1명당 연간 3000만 원이 드는데, 이들이 출소 후 재범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두 배가 된다”며 “교정시설 환경개선과 현장 근무자 처우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