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량 배기량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시대 끝내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행 자동차세 과세체계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세금 부과기준을 배기량이 아닌 차량 가격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배기량은 낮지만 성능과 가격이 높은 자동차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 자동차 소유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자동차 가액으로 변경해 고가 차량일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세 과세체계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세금 부과기준을 배기량이 아닌 차량 가격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배기량이 클수록 고가 차량이라는 전제가 성립하던 1970~1990년대와 달리, 최근에는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작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한 고가 차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금은 여전히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해 고가 수입차가 중저가 국산차와 비슷한 세금을 내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비영업용 승용차의 자동차세 과세표준은 배기량 1천cc 이하는 cc당 80원, 1천600cc 이하는 140원, 1천600cc 초과는 200원을 적용하는 3단계 구조다. 이 제도는 1958년 국세로 도입된 뒤 1976년 지방세로 전환됐고, 2005년 세율 인하와 함께 기존 5단계에서 지금의 3단계로 간소화됐다. 당시에는 배기량이 곧 차량 가격과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였으나, 기술 구조가 바뀐 지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기준이라는 평가다.
실제 자동차 시장에서는 배기량이 낮은데도 가격이 6천만~1억 원에 이르는 수입차와 고급 국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격이 1억 원에 육박하지만 배기량은 2천cc 수준에 그치는 외제 승용차와 함께, 가격이 6천만 원대로 배기량은 2천300cc에 불과한 SUV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S사의 1천600cc급 중형 승용차도 배기량을 낮추면서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린 모델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차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차량이 세금 부과 단계에서 모두 '배기량이 낮은 차'로 묶인다는 점이다. 보험가액 1천만 원 미만인 2017년식 3천800cc 승용차의 연간 자동차세는 감면 혜택을 적용하고도 60여만 원 수준이다. 반면 S사의 1천600cc 승용차는 출고가가 훨씬 높고 최신 기술이 적용됐음에도 연간 자동차세는 약 29만 원으로, 연식이 8년 넘고 배기량이 큰 중고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고가가 비싸고 출력이 높은 최신 차량의 세금이 가격과 성능이 떨어지는 노후 차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상황을 납세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 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의원은 배기량 기준을 차량가격 기준으로 전환하는 자동차세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배기량은 낮지만 성능과 가격이 높은 자동차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 자동차 소유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자동차 가액으로 변경해 고가 차량일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기존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보유세 체계와의 비교를 통해 자동차세 개편 필요성을 설명한다. 주택은 공시가격 등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 역시 취득세 단계에서는 출고가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그럼에도 보유 단계의 자동차세만 유독 배기량이라는 기술적 지표에 묶여 있는 것은 조세체계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자산의 '가치'가 아니라, 엔진 크기에 머무는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는 문제 제기다.
이제 자동차세도 차량 가치, 즉 과표에 의해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자동차세법의 개정을 기대해 본다. 엔진 크기와 차량 가격이 비례하던 시대가 끝난 만큼, 자동차세 역시 기술 변화와 시장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임경성 북부취재본부 부국장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