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혁신도시 10년 기다려도 정착 요원···‘통근버스 중단’ 지시한 정부, 막막한 직원들

강주비 2026. 2. 2. 13: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방 이전 효과 위해 통근버스 중단"
한전 등 “통근버스 없앤다고 정착 안돼” 술렁
"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우선돼야 정착 가능"
30일 오후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직원들이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6개 권역으로 향하는 전세 통근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빛가람혁신도시가 조성된지 11년이 지났지만 상당수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여전히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주중에는 근무지 인근에서 생활하다가 주말마다 통근버스를 활용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활성화 취지에 맞지 않고 이전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놓고 서울로 가는 전세 버스를 대 주고 있다”며 “이러면 지방 이전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국토건설부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10여년간 주말마다 통근버스에 의존해 온 직원들은 3개월 뒤 닥칠 생활 변화를 걱정하는 등 광주·전남혁신도시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금요일인 지난 30일 낮 12시30분께 나주시 빛가람동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곳에 입주한 공공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 도로변에는 28인승 리무진 버스 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캐리어와 묵직한 가방을 든 직원들은 버스 앞에 붙은 행선지를 확인한 뒤 차례로 탑승했다.

이 통근버스는 한전이 2014년 12월 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주말마다 운행해 온 전세버스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6개 권역에 18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약 280명의 직원이 이용 중이다. 연간 운영 비용은 약 15억원 수준이다.

직원들은 금요일 오후 이곳을 떠나 일요일 밤 다시 돌아온다.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 가족을 두고 발령받아 내려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근버스 중단 지침이 내려오면서, 이 같은 풍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30일 오후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직원들이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6개 권역으로 향하는 전세 통근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직원들은 통근버스 중단이 곧바로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정주 여건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원 A씨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가 어려 매주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며 “정책 방향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주말마다 예매하기도 힘든 KTX나 SRT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고 막막해 했다.

40대 심모씨는 “전세버스를 없앤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울에 안 올라가는 건 아니다. 기차나 자가용 등 다른 방법을 찾을 뿐”이라며 “공공기관 이전 취지를 살리려면 이곳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40대 이모씨는 “기차 왕복 요금이 10만원에 가깝고, 한 달이면 교통비만 40만원에 달한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니 올라가는 횟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버스를 없앤다고 나주로 내려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 등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있어야지 내려오는 것이지, 무작정 버스 지원을 없애는 건 해법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30일 오후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직원들이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6개 권역으로 향하는 전세 통근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30대 조모씨는 “저같은 미혼은 주말에 친인척이나 친구도 없는 혁신도시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으라는 뜻인가”며 “정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직원들 불편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KDN, 한전KPS, 한국농어촌공사 등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입주한 다른 공공기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전KDN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혁신도시 이전 초기와 비교하면 통근버스 이용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미 4~5년 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제도였다”며 “젊은 직원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이곳에 정착한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근버스는 정주를 가로막는 특혜가 아니라, 정주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버티게 해 준 최소한의 장치였다”며 “아무런 논의 없이 정부 말 한마디로 갑자기 중단하라는 점은 아쉽다. 단순히 이주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정주 여건이 갖춰져야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균형 발전 정책도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확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혼란이 큰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