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재판, 무당과 결혼, 엡스틴 인연…노르웨이 왕실 엉망진창
총리까지 나서 “나쁜 판단력” 지적
왕세자비의 아들은 성폭행 혐의
공주는 무당과 결혼

잇단 악재로 신음하는 노르웨이 왕실이 미국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의 스캔들까지 겹치고 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1일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엡스틴과 수년간 접촉한 것은 판단력이 나빴다”고 인정한데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왕세자비의 처신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노르웨이 총리가 왕실의 문제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스퇴레 총리는 이날 공개석상에서 왕세자비가 전날 성명을 내어 자신이 “판단력이 나빴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나도 그 평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스퇴레 총리는 또 토르비외른 야글란드 전 총리가 가족과 함께 엡스틴의 개인 소유 섬으로 여행가려다 취소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판단력이 나빴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틴 수사자료 중 지난 2011∼14년 사이 자료에서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수백번이나 등장한다. 왕실 대변인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왕세자비는 2013년 1월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엡스틴의 저택에서 4일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왕실 쪽은 “서로 아는 지인을 통해 집을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왕세자비 계정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 가운데는, 아들의 방 벽지로 “서핑보드를 든 나체 여성 사진”을 제안해도 되는지를 엡스틴에게 묻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왕세자비가 엡스틴과 지나칠 정도로 친밀하고 가벼운 어조로 교류했음을 보여줘, 노르웨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 메시지에서는 왕세자비가 엡스틴이 2008년에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나, “그의 전과를 몰랐다”는 기존 해명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는 31일 성명을 내고 “나는 판단력이 나빴고, 엡스타인과 어떤 접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한다”며 “그냥 창피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엡스틴이 저지른 학대의 피해자들에게 깊은 연민과 연대를 보낸다”며 그의 배경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한 것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왕실 쪽은 왕세자비가 엡스틴과 몇 차례 만났지만, 그의 카리브해 개인 소유 섬에는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잇단 악재에 시달린 노르웨이 왕실은 이번 사건으로 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비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마리우스 보리 호이비(29)는 성폭행·폭행 등 38건의 혐의로 오슬로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호이비는 왕세자비가 일반인 신분이던 시절에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왕실 구성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노르웨이 왕정 120년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리우스는 여성 4명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포함해, 마약·폭행 등 38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가 받는 혐의 중 한 건은 여성이 잠든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이다. 나머지 세 건은 여성이 약물·음주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일 때 발생한 성적 접촉이다. 이 혐의들은 모두 노르웨이 형법상 성폭행 혐의에 해당된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10년, 최대 16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왕실은 재판에 일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하콘 왕세자는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많은 분들에게 힘든 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며, 그분들에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리우스에 대해 “왕실 구성원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를 아끼며, 가족의 소중한 일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왕세자비의 남편인 하콘 왕세자의 누이인 마르카 루이세 공주는 미국의 자칭 무당과 결혼해 논란을 낳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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