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오픈소스’ 세계 장악하는 중국… 각국 AI주권 앞 ‘대륙의 함정’[ICT]

김호준 기자 2026. 2. 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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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빅테크 ‘폐쇄형’ 고수 속… 중국은 ‘개방형’ 공세로 점유율 1→15%
중국 기업, ‘AI 설계도’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으로 시장 접수중
일본 AI모델 상위 10개 중 6개
딥시크와 알리바바 큐웬 기반
싱가포르, 메타 버리고 중국 모델
사우디 아람코도 딥시크 깔아
중국산 논란 네이버, 국대 탈락
자체역량 구축 전략 차질 우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폐쇄적인 인공지능(AI) 모델에만 집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깔아놓은 오픈소스 생태계에 먹히며 자멸할 가능성이 큽니다.”(얀 르쾽 뉴욕대 교수)

중국 AI 기업들이 핵심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추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을 배포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이 폐쇄형 AI 모델로 유료 구독 수익에만 집착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설계도 격인 오픈소스를 무상으로 배포하며 전 세계 개발자들의 ‘손’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AI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와 중국 AI 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일본 닛케이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 기업이 개발한 생성형 A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5%로 1년 전(1%)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 AI가 1년 만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설계도를 무료로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이다. 오픈AI나 구글이 AI 모델 사용료를 받는 유료 구독 형태에 집중할 때,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는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해 수정·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를 대거 배포했다. 전 세계 개발자들과 스타트업들이 비싼 미국산 모델 대신 가성비가 뛰어나고 변형이 자유로운 중국산 모델을 개발 기반으로 채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이 폭증한 것이다.

각국이 데이터 주권과 AI 기술 자립을 내걸고 추진하는 ‘소버린(주권) AI’도 중국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의 국가 프로젝트인 ‘거대언어모델(LLM)-jp-3’는 훈련 데이터 정제와 모델 구조 설계에 알리바바의 ‘큐웬’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최근 일본에서 출시된 상위 10개 AI 모델 중 6개(60%)는 딥시크와 큐웬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싱가포르는 국가 AI 프로젝트인 ‘바다사자(SEA-LION)’ 개발을 메타의 ‘라마’를 기반으로 하다가 지난해 말 알리바바의 큐웬으로 전격 교체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중립 지대인 싱가포르에서 중국 AI 모델이 미국 모델을 밀어낸 상징적 사건으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석유 탐사·정제 과정에서 딥시크를 활용 중이다. 아람코는 미국의 오픈AI나 구글 대신 딥시크 모델을 도입하면서 100만 토큰(AI가 글을 이해·생성하는 최소 단위)을 질문·답변하는 데 드는 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국내 AI 생태계 역시 중국 AI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탈락 이유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씽크’ 모델이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인 ‘큐웬 2.5’의 비전 인코더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중국 오픈소스를 일부 가져다 쓴 점을 인정하면서도, 큐웬 2.5의 비전 인코더를 활용한 것은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호환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IT 업계에서는 중국 AI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어간 오픈소스를 무료로 푸는 이유로 ‘기술 장악’을 꼽는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중국산 오픈소스 구조에 익숙해진 개발자와 기업들은 향후 모든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 업데이트 일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중국 AI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딥시크는 오는 설(2월 17일) 연휴를 앞두고 차세대 신모델 ‘딥시크 V4(가칭 MODEL1)’ 공개를 예고하며 AI 패권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해당 모델은 인간의 개입 없이 복잡한 시스템을 스스로 설계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딥시크’로 불리는 문샷AI도 최근 새 AI 모델 ‘키미 K2.5’를 공개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국의 오픈소스 공세는 개발자들에게는 큰 혜택일지도 모르지만, 자체 AI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정부와 기업에는 거대한 함정이 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독자성을 지켜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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