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트럼프가 다시 꺼낸 ‘관세 카드’…한국은 왜 표적이 됐을까

허시언 기자 2026. 2. 2. 09: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엄포를 놓아 ‘관세 악몽’이 다시 되풀이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절차 승인 지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국내외 상황을 해결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국회)가 한미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나는 한국에 자동차·목재·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다”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투자 이행을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11월 13일 정상 간 안보·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대미투자특별법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면 그달 1일 자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1월 26일 국회에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미국도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습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아직 법안 심사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논의가 원활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압박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투자 관련 합의사항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합의 당시 특별법이 발의되는 달의 1일 자로 소급 인하한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법안 통과 시점은 약속한 바 없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진척 속도가 느린 편이 아니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한미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절차 승인 지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관세 압박 배경에는 미국의 국내외 상황이 엮여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미국 내 상황을 주목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연이은 총격 사건으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지지도가 낮아지는 등 정치적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시선을 외국으로 돌리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따지는 선고도 앞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을 압박해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게 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죠.

유럽연합(EU)과의 관세 합의 이행에 차질을 빚자, 또 다른 주요 합의국인 한국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U는 지난해 7월 상호관세 30%를 15%로 낮추는 대신 6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EU는 지난해 8월 법안을 상정한 뒤 5개월 넘게 진척이 없는 데다, 그린란드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EU 관세 합의가 지연되자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정서’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캐나다는 최근 친중 전략을 취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잠수함 사업 등 방위산업과 관련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불편했다는 것입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반중 정책과 거리가 멀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불편함을 표현할 것이고,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중간함 속에서 불안정성이 강화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는 미국과 소통에 나섰습니다. 캐나다 출장 중이었던 김정관 장관이 급히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김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2차례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급파돼 미국 조야를 두루 접촉하며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