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광들의 전설… 광기와 구도의 경계

방민준 2026. 2.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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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의 역사를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스치는 그린 위에 묘한 그림자들이 명멸한다. 그들은 흔히 '골프광'이라 불리지만 그 이름 속에는 열정과 집착, 슬픔과 위안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아득히 처연한 그 이야기들은 한낱 취미를 넘어 삶을 붙잡는 마지막 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비극의 여인 메어리여왕 이야기는 오래된 전설처럼 전해진다. 1567년 남편이 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젊은 장교와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는 이유로 교회의 분노를 산 그녀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여파로 안식일과 일요일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다. 골프광의 피는 못 속이는지, 메어리여왕의 아들 제임스 6세도 엄청난 골프광이어서 골프 금지령을 해제했다. 



 



메어리 여왕의 스윙에 무슨 죄가 있었을까, 슬픔을 견디기 위한 마지막 일상의 숨결이 아니었을까. 페어웨이 위에서 흔들리던 그녀의 손길은, 어쩌면 남편을 떠나보내는 조용한 애도의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코트 위의 제왕 마이클 조던조차 농구보다 골프에 더 큰 위안을 느껴 촘촘히 짜인 일정을 뿌리치고 골프장으로 내달렸다. 승부의 세계, 극한의 긴장 속에서 그는 아마도 골프라는 무심한 침묵의 운동에서만 자기 자신을 회복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그를 광인(狂人)이라 불렀지만 그에게 골프는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숨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골프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길이었을 것이다. 



 



세계 곳곳 18군데 골프 코스를 소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틈만 나면 골프를 즐긴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연설이나 지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즉흥적 행동과 발언 등으로 혼란을 겪는 그가 위안을 얻고 숨을 고르게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골프 코스가 아닐까 싶다.



 



영국의 한 사내는 아내의 장례식날, 영구마차 위에 골프채를 올려두었다고 한다. 장례를 마치자마자 골프 코스를 달려가겠다는 심사로. 누군가는 이를 냉혹하다 말하겠지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의 사랑도, 슬픔도, 삶의 리듬도 모두 골프와 더불어 있었다."라고.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포로수용소에 갇힌 미군 장교는 굽은 막대기 하나를 손에 쥐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상상 속 페어웨이를 걸었다. 감옥의 벽은 철창으로 막혔지만 그의 영혼은 바람을 갈랐다. 자유를 향한 그 반복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정신의 질서였다. 그가 귀국 후 첫 라운드에서 싱글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하나의 은유처럼 들린다.



 



광기는 때로 인간을 무너뜨리지만, 다른 종류의 광기는 오히려 그를 살려낸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이야기들은 많다.



 



장인의 장례가 있던 날 라운드 약속을 깨지 못해 필드로 나간 남자,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골프장을 떠나지 못했던 간 큰 남편도 있다. 도덕의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계산 밖에서 꿈틀거린다. 어떤 이는 사랑 때문에 무너지고, 또 다른 이는 골프 때문에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 속에서조차 그는 자기 식의 진실을 붙든다.



 



이 모든 일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골프가 무엇이기에, 인간을 이렇게 끝까지 끌고 가는가."



 



어쩌면 답은 단순하다. 골프는 점수의 경기라기보다 존재의 실험이기 때문이다. 홀 하나를 향해 걷는 동안 인간은 자기의 고집, 허영, 열정, 공허, 희망을 모두 동반한다. 스윙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며, 공은 단순한 구체가 아니다. 그것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향한 작은 궤적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것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골프광이라 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러워한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세계 하나를 끝까지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광기와 구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쩌면 골프란, 그 얇은 종이 위를 평생 흔들리며 걷는 우리 모습의 은유인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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