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물원'에 판다가 들어오는 걸 반길 수 없는 이유

2026. 2.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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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자이언트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지난달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판다 대여'가 거론된 뒤, 유관기관에서 도입 절차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달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판다 대여'를 언급한 뒤, 정부가 판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우치동물원을 찾아 시설 예정 부지를 점검하면서 "최대한 빨리 데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가급적 푸바오와 그 남자친구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라는 말까지 했다. 전국 동물단체들은 외교라는 명목으로 동물을 물건처럼 주고받는 게 부적절하다며 철회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동물 외교'가 옳은지, 윤리적 물음은 잠시 접어두자. 판다 대여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동물원 관리 방향과 일치하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도의 허점을 비집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동물 전시시설이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및 안전에 미치는 악영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2013년 돌고래 '제돌이'를 비롯한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가면서 고래류 동물을 수족관에 가두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고래류의 신규 보유는 법으로 금지됐다.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전시 중인 벨루가 '벨라'. 현재 고래류 동물을 동물원수족관에서 전시할 수 없는 가운데, 수족관에 있는 벨루가들은 수족관이 전시를 포기하려 해도 이들을 내보낼 야생의 바다쉼터가 없어서 문제다. 동그람이 정진욱

2018년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되자 동물원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 5년 만에 전부개정됐다. 이 동물원수족관법 첫머리에는 기존의 전시, 관람 위주의 시설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법에 따라 동물원으로 등록해 운영하던 시설은 2028년까지 강화된 기준에 맞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방치된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것처럼, 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동물의 사육을 중단해야 하는 시설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공영동물원의 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람객 유치를 위해 판다 한 마리를 세금 수백억을 들여 대여하는 것이 국가가 추진해 온 동물원 관리 방향과 맞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24년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계류장에서 대기하던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모습. 에버랜드 유튜브

우치동물원이 '제2호 국가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판다를 데려오기에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점동물원 제도 도입 취지를 모르는 소리다. 거점동물원은 민간동물원이 동물보건의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걸 방지하고자 공영동물원이 민간동물원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전국에 100개가 넘는 동물원 중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동물원 몇 개를 제외하고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동물원은 사실상 동물원이라고 부르기도 모자란 상업적 체험·오락 시설이다. 실제로 2020년 체험동물원 두 곳에서 동물이 인수공통감염병인 우결핵에 감염되어 폐사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거점동물원을 세운 것이다.

경기도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코아티가 전시된 모습. 이곳에서 전시되던 코아티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폐사한 뒤,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동물원수족관법에서 규정하는 거점동물원의 역할도 권역 내 동물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역 내 동물원의 질병관리, 검역, 안전관리, 보유동물 서식환경 개선과 교육 계획에 대한 자문 등이 거점동물원의 주요 업무다. 전시 기능을 강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역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권역 내 동물원 지원 외 거점동물원의 업무는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긴급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야생동물의 보호'와 '종 보전을 위한 종 보전·증식 프로그램 운영'으로 명시돼 있다. 중국에서 대여받는 판다가 긴급 보호가 필요한 동물도 아니며, 판다 대여의 주목적이 '종 보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중국의 판다 보호가 반드시 외교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서식하지도 않는 판다 외에도 보전에 힘을 쏟을 야생동물 종은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아예 우치동물원을 '국립 생태동물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들은 지자체가 사업소의 형태로 직접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설립한 시설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동물원 운영 주체가 지자체라서 발생하는 문제는 십수 년이 넘도록 동물원 종사자들 사이에서 지적받았다. 독립된 기관이 아닌 공원의 일부로 운영되기 때문에 동물복지나 보전 기관의 역할보다 시민 편의가 우선시되는 문제, 지속적인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려운 문제, 동물원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지자체 공직자가 동물원장을 맡게 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회의 때마다 전국 공영동물원들을 지자체가 아닌 기후부에서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왜 국립화가 필요하고 득과 실은 무엇인지, 국립동물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통합적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판다가 들어오니 광주 우치동물원만 국립 동물원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판다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동물원에 대한 정책 방향을 뒤엎을 경우, 향후 동물원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판다 대여 논쟁으로 동물원에 쏠리는 사회적 관심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원은 무엇이고, 동물원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인기 없는 동물과 전시 공간 뒤에 사는 동물은 판다와 얼마나 다른 대우를 받는지, 공영동물원과 민간동물원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고 각각의 문제는 무엇인지. 동물원 운영은 누가 하며,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야생동물을 어떤 이유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데려오고, 가두고, 내보낼 것이며, 그 과정에서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아무 철학과 원칙도 없이, 특정 동물이 탈출하거나, 죽거나, 또는 동물을 빌려오거나 되돌려 줄 때만 동물원에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잊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수십 년이 지나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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