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계 에르메스, 올 1천억 팔겁니다”…의사가운 벗은 CEO 회심의 한방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2.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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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헥토헬스케어 대표
국내 유산균 시장 개척 선구자
고함량 유산균 ‘드시모네’ 도입
단일 국가 세계 1위 매출 기록
K마케팅 노하우, 역수출 나서
‘김석진LAB’으로 사업 확장
김석진 헥토헬스케어 대표[사진=헥토헬스케어]
“치과의사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 번에 환자 한 명밖에 고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사업이라는 영역으로 끌어오면 수만 명, 수십만 명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죠.”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 교수라는 안정적인 길을 뒤로하고 한국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시장의 개척자가 된 이가 있다. 김석진 헥토헬스케어 대표다. 2009년 ‘나무물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사업에 뛰어든 지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헥토헬스케어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의 집무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벽을 향해 놓인 작은 책상이다. 일반적인 기업 대표들의 책상이 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달리 논문과 책이 빼곡한 김 대표의 책상은 아직 연구자 시절의 그의 모습 같았다. 그는 “집중하고 싶을 땐 독서실에 있는 것처럼 집무실 불을 끄고 탁상 스탠드만 켜놓고 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틈만 나면 이 책상에서 최신 논문을 찾아 읽는 것이 취미이자 일상이다. 그는 “논문을 읽으며 새로운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이 곧 사업의 아이디어가 되고,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학적으로 옳은지 검증하는 작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사업적 뿌리는 세계적인 석학 클라우디오 드시모네 교수의 고함량 유산균 배합(드시모네 포뮬러)에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연구실에서 논문 한 편에 반한 뒤 학회에서 드시모네 교수를 만나 시작된 이 ‘무모한 도전’은 이제 놀라운 역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에서 ‘유산균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오랫동안 유산균 최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드시모네 포뮬러 국내 매출이 지난해 미국 시장을 뛰어넘으며 단일 국가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 880억원을 기록한 헥토헬스케어는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의 오랜 학문적 스승인 드시모네 교수는 이제 사업적인 측면에서 역으로 김 대표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교수님이 우리 비즈니스 전략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그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인 ‘O2 부스터(산소 유산균)’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론칭한 것도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선보인 O2 부스터는 장이 사용하는 산소 효율을 높여 잉여 산소가 근육이나 뇌로 갈 수 있게 돕는 제품으로, 이탈리아 중환자실 임상을 통해 생존율 향상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는 올해부터 한국만의 세분화된 마케팅 노하우와 소비자 접근 방식을 통해 O2 부스터를 비롯한 드시모네 제품들과 자사 제품들을 역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치주과 전문의로서의 정체성도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드시모네 교수와 합작해 지난해 구강 유익균 제품인 ‘닥터브레스’를 개발했다. 구강 내 유해균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혈관 질환이나 치매, 당뇨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의학적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대장암 조직에서 구강 유해균이 발견될 정도로 구강은 소화기관의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사실 구강 유익균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돼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오히려 과학자 관점에서 꼼꼼히 따지다 보니 출시가 많이 늦어졌다”면서 웃었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석진LAB(랩)’을 통해 유산균을 넘어 비유산균 영양제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브랜드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넣은 데에도 남다른 각오가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이름을 건다는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는 책임감의 표현”이라며 “지금 당장 잘 팔리는 트렌디한 상품보다는 인지도가 조금 낮더라도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본질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사로서의 양심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대인이 환경적 제약 때문에 식단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3대 영양소인 ‘좋은 균(’유산균), ‘좋은 기름’(오메가3), ‘충분한 햇빛’(비타민 D)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식단을 짜도 현대인의 생활 환경에는 구멍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탓에 유익균은 설 자리를 잃었고, 오메가3는 생선 섭취가 줄어든 대신 튀김 등 식물성 기름 사용이 급증해 체내 영양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 생활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 팩트”라며 “노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이 빈자리를 과학으로 메워주는 것이 영양제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사업가로서 살아온 시간이 의사와 교수로 지낸 시간을 훨씬 뛰어넘었음에도 아직 김 대표는 “왜 굳이 그런 길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인생에는 모범 답안이 없다. 내가 쓴 답이 내 인생의 정답”이라며 “남들과 똑같이 살기보다는 내가 배운 과학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을 돕는 이 길이 나에겐 가장 가치 있는 정답”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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