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둘기’ 워시에 혼란… 금리인하 기대속 강달러發 환율 불안 우려
연준 이사때 통화긴축 매파 성향
작년부터 금리인하 지지하면서 연준 유동성 공급엔 비판 선회
트럼프 “금리 안내리면 소송” 농담
글로벌IB “올해 2번 내릴 가능성”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내린 평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낙점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장의 시각을 잘 드러낸다. 워시 후보자의 과거 행보와 언행은 정통 매파(통화긴축 선호)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저금리 기조’와는 발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일단 매파 연준 의장으로 받아들였다. 달러 약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귀금속 가격이 급락했다. 30일(현지 시간) 하루에만 금과 은의 시가총액 4조7520억 달러(약 7000조 원)가 증발했다.
향후 한미 금리 격차 축소라는 ‘기회’와 강달러발(發) 환율 불안에 따른 ‘압박’이 교차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 해소와 외환 시장 안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 매도 비둘기도 아니다
1일 국제금융센터,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는 연준의 양적 완화를 꾸준히 비판해 온 매파 인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9%로 치솟은 2009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조차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하방 위험보다 더 우려한다”며 일관되게 ‘돈 풀기’를 경계했다.
금리 인하를 촉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워시 후보자의 달라진 입장에 주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 후보자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대신에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의 과잉 유동성을 메인 스트리트로 보내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를 의미하는 메인 스트리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미국 언론들은 워시 후보자 지명에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가 등 평가는 엇갈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워시에 대해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워시 후보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의 멘토인 헤지펀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영구적 매파는 아니다”라며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 경제 불확실성 커질 수도
워시 후보자 지명에 달러와 원자재 시장이 우선 반응했다.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우려로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달러는 강세로 전환했다. 반면 미 국채를 대신한 안전자산으로 입지를 높여가던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은 급락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 격차가 좁혀져 한국 외환 시장 안정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올해 연준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시 후보자가 금리 인하가 가능한 배경으로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전력기기 등에 강한 한국 산업에 긍정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이 외환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시 후보자가 향후 연준이 미국 장기채 매입 조치 등 유동성 풀기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금리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경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사교모임 비공개 연설에서 워시 후보자에 대해 “연준 의장 역할에 딱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면서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소송을 하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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