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재달라” “싱크대 막혀”… 교도관 1명에 39명 민원 쏟아져
“머리가 아파서 혈압 좀 잴 수 있을까요?”(수용자)
“기다리세요.”(교도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여성 수용동 1층. 2평 남짓한 교도관 사무실에서는 인터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기자가 사무실에 머문 15분 동안 인터폰 벨이 울린 건 5차례. “옷걸이가 부러졌다” “책은 언제 교체되냐” 같은 수용자의 요구와 문의가 이어졌다. 윤모(34) 교도관은 인터폰을 받으면서 모니터 두 대가 비추는 CCTV 21대의 화면을 살폈다. 윤 교도관은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또 벨이 울린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책상에는 전날 야간 근무자가 받아둔 민원 쪽지 20여 건이 놓여 있었다. “싱크대 배수가 안 된다” “최후 진술을 앞두고 있어서 고민이다. 면담하고 싶다” 같은 내용이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윤 교도관이 처리해야 할 민원이다. 윤 교도관이 맡은 감방은 12개, 수용자는 39명이다. 교도관이 일일이 방을 돌면서 관리하던 과거 방식도 불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감방마다 인터폰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원래 전국 교도소에서 자동차 정비, 제과제빵 같은 기술을 배우려는 수용자들이 지원해 오는 곳이다. 하지만 구치소·교도소가 부족해지면서 사실상 ‘짬뽕 교도소’가 돼 버렸다. 교도소는 원칙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들만 있는 곳인데, 최근엔 미결수도 함께 수용하고 있다. 현재 총 수용자는 1800여 명, 정원(1450명)의 130%에 육박한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근무하는 교도관은 200여 명이다. 이 중 야간 근무자는 108명. 4교대 근무를 하기에 야간엔 교도관 1명당 수용자 60여 명을 관리해야 한다. 한 교도관은 “교육이나 훈련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교도관들이 있어 실제로 교도관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가 100명 정도 될 때도 있다”고 했다.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이 직업 훈련 수업을 받으러 가거나 접견을 할 때도 동행해야 한다. 한 교도관은 “2만평 교도소 내를 하루 수십 번씩 뛰어다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밥을 마신다고 해요.” 이곳 교도관들에게 느긋한 점심시간은 사치에 가깝다. 직원 식당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느라 번잡한 분위기였다. 점심 메뉴는 소불고기와 된장찌개, 샐러드. 그런데 교도관들은 반찬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국에 밥을 말아 10여 분 만에 식사를 끝냈다. 한 교도관은 “점심 때는 수시로 호출이 와 대충 때운다”고 했다.

최근에는 교도소 내 소란도 자주 벌어진다. 정신 질환을 앓는 수용자가 늘어난 탓이다. 그 바람에 교도소 측은 ‘기동대’ 역할을 하는 순찰팀(CRPT) 인원을 늘렸다. 순찰팀은 검은 방탄복에 바디캠을 달고 다닌다. 이름표는 달지 않는다. 한 순찰팀원은 “난동을 제압하다 보면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도관이 정당한 공무 집행을 하고도 민형사 고소로 시달릴 수 있어 명찰을 달지 않고 근무한다”고 했다. 어떤 수용자들은 이름표를 안 달았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교도소·구치소 과밀화는 전국적으로 심각하다. 전국 교도소 수용 정원은 5만614명이지만,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실제 수용 인원은 6만5279명(수용률 129%)이다. 여성 수용자는 정원이 약 3900명인데, 실제 수용자는 5605명(수용률 143.9%)이다. 정치권 일부에선 수용 시설이나 교도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석방을 늘리는 방안을 거론한다. 다만 법무부 안팎에선 “가석방 활성화와 더불어 교정 인력·시설 확충을 위해 예산 확충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9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찾아 교도관 체험 근무를 하고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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