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가 화교? MBC 기자가 화교? 황당한 '화교 음모론' 왜 확산되나

금준경 기자 2026. 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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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미오픽]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지난달 25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썸네일 갈무리. MBC 기자가 화교라는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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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흑백요리사2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가 화교라는 음모론이 돌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인데요. 생각해보면 요즘 유독 '화교' 음모론이 도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같은 음모론은 지난 내란 사태 때를 계기로 폭증하게 됩니다. 왜 '조선족'도 아니고 '화교'일까요. 누가 이런 음모론을 만들고 있고,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화교라는 말도 잘 못하겠어요”]
[관련 기사: 안성재 셰프가 화교?… 흑백요리사 측 “강력한 법적 조치할 것”]

화교로 몰린 사람들

지난해 2월 중증외상센터 원작자인 이낙준 작가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화교가 아니라고 해명을 해야 했습니다. “세 분 중 두 분이 화교라는데 사실인가요”, “화교프렌즈였음?” 등 댓글이 너무 많아지자 이렇게 밝힌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유재석이 화교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재석이 화교라서 화교들 밀어주는 거다. 강릉 유씨는 화교 성 씨”라며 “인기가 많은 이유가 화교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이유, 쯔양 등 다른 유명인들도 화교라는 모함이 이어졌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이름에 중국인처럼 느껴지는 '귀'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고요. MBC 손령 기자도, YTN 기자도, 헌법재판소 직원들도 화교라는 주장이 제기됐죠.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쓴 제 성이 특이하다며 중국 성씨가 아니냐는 댓글이 달린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극우진영이 분열하면서 신남성연대 대표를 향해 화교라는 공격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만물화교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수 아이유의 화교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이병준TV' 방송화면 갈무리

왜 화교일까?

사실 혐중 정서는 내란사태 이전부터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들에게 말이죠. 한 유튜브 채널에는 '화교는 서명만 하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수능을 보지 않아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했는데요. 영상 조회수는 71만 회에 달했고 “국회의원들이 중국인인 건가” “이 정도면 역차별” 등 댓글이 1만 개 이상 게재습니다. 다른 유튜브 채널에선 화교들이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 조회수가 83만 회 댓글은 7300개가 넘었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닌 주장들입니다.

왜 '화교'라는 공격이 많아진 걸까요? 과거엔 '빨갱이' '종북' 프레임을 즐겨 썼는데 최근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다 보니 새로운 적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 정치권이나 누리꾼의 문제적 행보와 이민 등으로 만들어진 반중정서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이 프레임은 '특혜로 인한 차별'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사회적으로 '공정'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누군가가 특혜를 받는다면 '공정'을 해친다는 반감을 살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이죠.

▲ 중국인, 화교 관련 허위정보 및 음모론과 관련 유튜브 섬네일. 우측 상단부터'이봉규TV',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이병준TV', '가로세로연구소' 방송화면 갈무리.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518 유공자 연금 월 420만 원 수령 ㄷㄷㄷ”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공무원 싹쓸이, 5·18 유공자 자녀들이 국가고시 과목당 10% 가산점. 공부해봐야 소용 없다!!”는 학원가에 뿌려진 유인물 등 이런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5·18 유공자들에게 매월 지급되는 연금은 없습니다. 이는 다른 유공자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정도 월 단위 연금·수당을 받는 것과 차이가 있고요. 의료, 교육, 취업 등의 혜택은 다른 5·18 유공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국가유공자 전반에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세월호 참사 때는 특례 입학 등이 추진될 당시 특혜 프레임이 동원돼 유가족들을 공격했습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에게 단원고 학생들 특례 입학은 무용지물한 조치인데, 마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특혜를 받는 것처럼 다룬 것이죠.

중국 수교 이후 이민온 이들이 아닌 과거 한국에 정착한 '화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화교는 한국에 동화돼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니 '우리 안의 적이 이렇게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로 보입니다.

[관련 기사: 중국인이 탄핵집회 참여? 음모론 선 넘었다]
[관련 기사: 헌법연구관 “남한은 조선족의 나라” 조작정보, JTBC 기사처럼 유포]
[관련 기사: 정정미 헌재 재판관이 중국인? 또 헌재 겨냥한 허위정보]
[관련 기사: 논문에 '한중' 아닌 '중한' 쓴 MBC 기자는 화교? 허위정보였다]

유튜버가 키운 혐중 프레임, 정치권 일부 언론도 가세

이런 가운데 내란사태와 혐중정서가 만나 폭발력을 갖게 됩니다. 스카이데일리가 유포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보도가 대표적이죠. 이 주장은 극우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됩니다. 이 외에도 구독자 97만 명의 '이봉규TV'는 중국동포가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근거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정체불명의 사진입니다. 이봉규씨는 “법원이 주파사에게 장악돼 있다”며 “대통령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손령 MBC 앵커가 중국인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언론사 펜앤드마이크가 의혹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중국 유유갑이 나왔다며 중국인이 집회에 대대적으로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샵(쓰레기를 최소화해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 알맹상점 직원들이 대만에서 마신 밀크티와 듀유 종이갑을 재활용한 것이었죠. 집회에 중국어 플래카드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도쿄 촛불집회에서 사용된 일본어 플래카드였습니다. '行'(소한행동조)라는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간첩 조직이 있다는 음모론으로 이어졌는데요.'소한행동'은 한국을 제거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을 싹쓸이할 정도로 물품을 구매한다'는 의미입니다. 면세점 물품 구매를 도와주는 업체 이름이었습니다.

혐중 프레임이 힘을 갖는 데는 주류 정치권의 잘못도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직후 담화에서 '중국간첩'을 언급하고 여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이 헌재, 선관위 등이 공무원을 뽑을 때 국적 검증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는 식입니다. 심지어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은 화교에게 다 넘어갔다”는 SNS 글을 공유했습니다. 김민전 의원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 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고 (중략)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 중국 우유갑 음모론에 알맹상점 대표가 직접 올린 해명글.

언론의 경우 일부 매체가 음모론을 직접 주장하는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선 의미 있었습니다. 아시아투데이가 지난해 4월 관광객 안내용으로 여러 국가의 언어로 제작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설명 중국어 전단을 두고 '(중국어)전단이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라고 표현하고, 탄핵 과정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적 인터뷰를 여과 없이 소개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은 적 있습니다.

다만 주요 보수언론들은 그렇게 하진 않았습니다. 김민전 의원 발언에 관해 채널A는 “외교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일에는 신중함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팩트체크에 나서거나, 비판하거나 사안 자체를 다루지 않는 언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류언론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고, 극단적 이들은 보수언론조차 불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다만 일부 언론의 관행적 '따옴표'가 문제를 확산시키곤 했습니다. <김민전 "중국인이 탄핵 찬성 집회 참여한 근거" 사진 공유>(TV조선), <"중국인들 탄핵찬성 집회 참석, 尹 외롭다"던 김민전, 관련 사진 공유>(뉴스1),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 포착"…사진 공유한 김민전 의원>(한국경제) 등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관련 기사: “중국 간첩 때문에 비상계엄?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허위정보 피해자들,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 없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진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 심증을 확인시켜줄 만한 이야깃거리가 더 필요했고, 부풀리는 게 핵심 같았다. 해명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알맹상점 매니저가 미디어오늘에 한 말입니다. 대만 우유곽을 재활용했다는 이유로 화교, 중국인으로 몰려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해명을 했지만 화교, 중국인으로 의심하며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큰 피해를 받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진짜 화교와 중국동포들입니다. 비상계엄 후 반중정서가 확산되면서 화교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지역화교협회 홈페이지에서 화교를 비하하는 글들이 올라왔으며, 주한국 대만대표부도 화교학교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중국동포 매체 한중포커스신문을 운영하는 문형택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이렇게 지적합니다. “중국동포 입장에선 (허위정보에) 헛웃음이 나지만, 문제는 선동을 믿고 혐오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세력은) 중국·홍콩·대만 등 국적 상관없이 중국말만 하면 싸잡아서 비판할 건데, 자칫 관광객을 상대로 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외교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 19일 인천화교역사문화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 사진=윤수현 기자

“화교라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의 토로입니다. 그는 “한국은 화교를 배척하고, 대만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어려서 MBC청룡 회원이었고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응원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계속 이방인으로 남았고, 최근 혐오가 거세지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최근 인천화교협회 복도에서 큰 소리로 '여기가 간첩이 우글대는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다 듣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거다. 젊은 사람이 '진짜 중국 사람은 길에서 용변을 보느냐'며 비아냥대기도 하고. 태극기를 펴고 인천화교협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어렸을 땐 친구들이 화교라는 이유로 '쿵후해 봐'라고 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면 주변에서 '너 짜장하고 사귀냐'고 말했다고 하더라. 화교보고 '왕서방'이라고 부르고, 모든 중국 사람들은 밀수업을 하는 줄 안다. 익숙한 일이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혐오나 차별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누적되고, 강해지기 때문이다.”

“화교면 어쩌라고”

근거도 없고 혼란만 부추기고 국가에 '민폐'가 될 수밖에 없는 공세인데요. 지구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는다고 하죠. 문제는 현실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극우 유튜버들이 대학가 집회에 물리력을 행사하며 방해해 논란이 됐는데요.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선 극우 유튜버들이 “한국외대가 짱깨들이 그렇게 많다지”, “우리는 중국 공산당과 싸우고 있다”며 중국 유학생들을 자극했습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누군가 화교면 어떤가”라고 지적합니다. “화교의 역사는 복잡하고, 수세대에 걸쳐 한국에서 살아온 이들도 많다. 이런 맥락을 제외하고 반중 정서에 기반해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며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종북 프레임에 희생 당한 많은 시민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국동포와 화교, 그리고 다음은 누가 '타깃'이 될까요. 홍 교수는 “이들이(극우세력이)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이번 국면이 끝나면 또 다른 타깃을 찾을 수 있으며, 미국처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치인들만 경거망동하지 않아도 혐오 확산이 줄어들 수 있다. 여당 등 정치권에서 '화교·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척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현재 상황을 지켜만 본다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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