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서 전략폭격기 띄워…미·필리핀 훈련에 '무력시위'
H-6K 전투기, 스카버러 암초 영공 진입
핵무기 탑재 가능한 중장거리 전략폭격기

중국군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도 해당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예고했기 때문에 당분간 역내 긴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사령부가 전날 해군과 공군 병력을 동원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영해와 영공,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전투 대비 경계 순찰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순찰과정에서 촬영한 46초짜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핵미사일 투하가 가능한 전략폭격기인 'H-6K'와 전투기가 편대를 이뤄 스카버러 암초 영공에 진입한 뒤 필리핀과 가까운 동남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소개했다. 비행 경로도도 공개했다.
중국의 중장거리 전략폭격기인 H-6K는 사정거리 1,500㎞ 이상인 CJ-10과 CJ-20 등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전략자산으로 알려졌다. 최장 항속거리는 약 8,000㎞, 작전 반경은 약 3,500㎞이다. 이번 순찰에는 055형 1만 톤급 대형 구축함 셴양함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전구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황옌다오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역내 일부 국가들의 영해 침범 및 도발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고, 국가 주권과 안보를 확고히 수호하며,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굳건히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샤오 중국 현재국제관계연구원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원은 CCTV 인터뷰에서 "이번 남부전구사령부의 순찰은 필리핀에 대한 경고"라며 "필리핀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중국은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충분히 마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번 순찰은 남중국해 해역 일대에서 해양 군사훈련을 실시한 미국과 필리핀 등 주변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필리핀과 미군 7함대는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합동순찰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7함대는 해상협력 활동이 국제법에 부합하며 모든 국가의 안전과 항행권 및 자유를 충분히 고려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 외교당국은 지난달 29일 회담을 갖고, 다음 날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대화를 유지하고, 상호 자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교적 메시지가 나온 직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에 나서면서 양국 간 영유권 갈등은 재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필리핀은 지난달 21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약 70일간 스카버러 암초를 포함한 인근 해역을 '군사훈련 구역'으로 설정하고, 비행 및 항해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이른바 '구단선'을 설정하고, 선 안쪽의 해역 약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2016년 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구단선 및 중국의 영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중국은 재판 자체를 부정하며 무력시위를 지속해왔다. 중국 해경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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