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60m 소행성이 ‘달’ 때린다면…섬뜩한 재앙일까, 멋진 볼거리일까

# 높이 10m 이상 나무들이 땅에 바짝 밀착해 있다. 거인이 발로 뭉갠 것처럼 단단한 줄기가 힘없이 꺾여 있다. 강풍으로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이상한 광경이다.
나무 모습보다 더 섬뜩한 것은 피해 규모다. 무려 8000만그루가 쓰러졌다. ‘나무 대참극’이 벌어진 면적은 서울시의 약 3배인 2000㎢다. 원인은 무언가가 공중에서 터질 때 생긴 충격파였다.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 모습이다.
퉁구스카 대폭발이 발생한 이유를 현대 과학자들은 소행성 낙하 때문이라고 본다. 지름 약 60m의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면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소행성이 대도시에 떨어졌다면 최악의 재해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것과 비슷한 덩치의 소행성이 2032년 달에 달려들 가능성이 있고, 그때 월면에서 방출된 파편이 지구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6년간, 인류는 불안한 시선으로 달을 쳐다봐야 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최근 과학계가 내놓았다.
히로시마 원폭 430배 위력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2024 YR4’라는 이름의 소행성이 달과 지구에 미칠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2024 YR4는 지름이 약 60m로, 20층짜리 아파트와 맞먹는 덩치다. 천문학계가 2024년 고성능 망원경으로 발견했다. 이 소행성이 연구 대상이 된 것은 ‘신입생’이어서가 아니다. 달과 부딪칠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충돌 확률은 4.3%다. 낮아 보이지만, 무시할 수치가 아니다. 과학계가 달을 대상으로 계산한 역대 소행성 충돌 확률 가운데 가장 높다. 향후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날짜는 2032년 12월22일이다. 연구진은 “충돌한다면 6.5Mt(메가톤) 폭발력이 발생하면서 지름 1㎞짜리 충돌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6.5Mt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위력의 430배다.

중 연구진, 2032년 충돌 상황 예측…“섬광 생기고 규모 5 지진 발생”
달 표면 감싸던 암석들 우주로…지구엔 시간당 최대 400개 쏟아져
인공위성·달 유인기지 피해 우려…지표면에 ‘파편 폭격’은 없을 듯
연구진에 따르면 2024 YR4가 달에 충돌한 직후 발산될 섬광은 지구에서 맨눈으로도 관측될 정도로 강렬하다. 소행성 충돌이 만든 열은 월면을 녹이면서 1700도에 이르는 용암을 만든다.
연구진은 “규모 5 지진이 달 전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달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2024 YR4가 월면에 충돌한다면 인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급변 사태’가 달에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영향이 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2024 YR4에 강타당해 산산이 부서진 월면 암석 일부가 우주를 향해 튀어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달을 감싸던 갑옷이 파편으로 변해 뜯겨나가는 셈이다. 달 파편은 ‘화구(fireball)’ 재료가 된다. 화구란 지구 하늘에서 동그란 모양으로 타는 불덩어리다. 화구를 만드는 것은 원래 먼 우주를 떠돌다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온 축구공 크기 이상의 돌덩이다. 2024 YR4 충돌 뒤에는 달 파편이 새 공급원이 된다.
‘화구’ 생성으로 위성 파손 위험
연구진은 2024 YR4가 달에 충돌한 뒤 2~8일 사이에 시간당 최대 400개 화구가 지구 하늘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화구가 만든 빛이 비처럼 쏟아지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화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다. 연구진은 “역사적인 수준의 (우주) 폭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화구를 만드는 달 파편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연구진은 “초속 11㎞에 달할 것”이라며 “인공위성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화구를 만드는 달 파편이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을 강하게 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위성 주요 전자 기기나 태양 전지판이 망가진다. 다수의 위성이 파손되면 통신이나 항법·방송에 지장이 초래되고, 지구 관측에도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다.
지표면에서는 피해 가능성 적어
2032년이면 달에서 유인기지가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은 2030년대 초반 월면에 탐사·주거 공간을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4 YR4가 월면으로 낙하한다면 긴급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주비행사들을 사전 대피시키고, 기지 내부 장비를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다만 연구진은 달 파편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열을 견디고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파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지구 면적 70%가 바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밀집지역에 파편이 낙하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집 지붕이 뚫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2024 YR4가 달에 충돌한다면 강렬한 열과 반응하는 월면 특성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진파를 분석해 자세한 달 내부 구조까지 파악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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