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챙기려다 당 중독?…아이들 즐겨먹는 건강 간식의 배신[헬시타임]
“비만·지방간·당뇨병 유발…식습관 형성에도 악영향”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설탕세’ 도입을 제안하면서 알룰로스, 스테비아 등 대체당(Non-nutritive Sweetener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유통업계 전반에 ‘제로 슈가’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탕 뿐만이 아니라, 당류가 첨가된 식품을 섭취하는 행위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4세까진 첨가당 섭취를 완전히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공동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지침(DGA)’은 최근 수십 년간 연방 영양정책 중 가장 중대한 변화로 평가될 만큼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출생 이후 4세까지 과자, 빵, 요거트, 주스 등 가공식품을 통한 첨가당 섭취를 완전히 피하도록 권고한 것이 가장 파격적인 변화다. 앞서 2020-2025 지침안 2세 미만에게만 첨가당이 포함된 식품 섭취를 금지하고, 2세 이상은 하루 총열량의 10% 이내 섭취를 허용했다. 5년 만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첨가당에 대한 영유아의 보호 기간을 2년 더 연장한 것이다.
새로운 지침은 한 끼 식사에 포함된 첨가당이 10g(약 2티스푼)을 넘어선 안된다고 구체적인 상한선을 제시했다. ‘제로 슈가’ 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스테비아,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등 대체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공 감미료 역시 미각을 단맛에 길들게 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을 반영한 조치다. 소아 비만과 그로 인한 합병증, 충치와 같은 직접적인 건강 문제를 넘어, 어릴 때 단맛에 익숙해지면 평생 단 음식을 찾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체당은 크게 천연 물질에서 추출한 감미료와 합성(인공) 감미료, 당알코올로 나뉜다. 대표적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200~300배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열량이 없다. 단, 당 흡수를 줄이고 이뇨 작용을 촉진하므로 신장(콩팥)이 약하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과량 섭취 시 소화불량,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말티톨, 에리스리톨 등 당알코올류는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 무성탕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아 복부 팽만이나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 특히 말티톨은 다른 대체당과 달리,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소장에서 일부 흡수돼 포도당으로 대사되며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감미료는 섭취 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설탕보다 600배 더 단맛을 내는 수크랄로스 역시 고온에서 안정적이라 요리에 자주 쓰이지만 과다 섭취 시 소화 불량이나 장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애 초기는 미각 선호도가 결정되는 시기로, 이때 매우 단 음식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는 단맛에 대한 강한 선호를 발달시킨다”라며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싱겁게 느끼게 되고 한번 형성된 미각 선호는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단맛에 익숙해진 아이는 커서도 단 음식을 찾다보니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과 지방간염, 혈중 지질 이상, 혈압 상승,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얼핏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 음식들이 더욱 문제라고 봤다. 많은 보호자들이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아이들에게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가당 요플레, 딸기맛 우유, 어린이용 유산균 음료 등의 위해성은 간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칼슘, DHA,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첨가된 어린이 음료나 간식들의 성분표를 보면 당류가 꽤 들어있다. 어린 아이들이 즐겨먹는 과자, 빵, 시리얼, 젤리도 예외가 아니다. 류 교수는 “이번 미국 식이지침의 핵심 메시지는 ‘진짜 음식(Real Food)’을 먹자는 것”이라고 짚었다. 첨가당이 들어갔다는 건 결국 그 음식이 자연식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신선한 식재료로 집에서 만든 음식에는 첨가당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과일에 들어있는 천연 당은 첨가당이 아니다.
류 교수는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게 쉽지 않은 걸 알고 있다”면서도 “어릴 때 첨가당을 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당부했다. 또 “이미 먹고 있더라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느냐, 멀티비타민을 먹이느냐보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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