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바(Bar)에서 나누는 부산 이야기

서락원 수제맥주펍 ‘허거스’ 대표 2026. 2. 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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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락원 수제맥주펍 ‘허거스’ 대표

내 고향과는 달리 부산은 많은 것을 가진 도시다. 여름에 대규모의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집객력, 이 대규모 인파를 소화할 수 있는 교통·숙박 인프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답고 유명한 바다, 세계적 물동량을 지닌 부산항, 부산국제영화제와 벡스코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들, 전쟁 이후 다양한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던 이유로 형성된 개방성과 다양성, 바닷사람 특유의 쾌활함과 자신감 등등 하나하나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내 맥주 펍의 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산 시민은 타 지역 사람들보다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그만큼 자부심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옛날의 남포동과 서면이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오늘날 광안과 민락이 어떤 위상을 지녔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흐뭇해지기도 하고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대화들의 끝이 대부분 ‘노인과 바다’ ‘일자리가 너무 없으니까’라는 말로 끝이 난다는 점이다. 이 유명한 두 표현들이 유행어처럼 왕성하게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쉬움과 체념인 것 같다. 부산에서 자라는 청년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탈부산’을 하나의 성취로 여기게 된다. 마치 내 고향의 친구들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평소에 쓰는 말, 단어가 그 자체로 프레임이 되어 우리 삶의 작은 것부터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일 텐데, 오늘날 부산에서 우리가 입에서 입으로 쉽게 옮기는 부정적인 부산 표현이 과연 부산의 미래에 긍정적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지역 소멸 문제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결국 서울이야’, ‘노인과 바다인데 어쩔 수 없지’라는 말들은 청년들의 자존감을 꺾고 타지로 더욱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타지 청년들이 부산에 와서 맥주펍을 열고, 부산의 재료로 맥주를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부산 곳곳의 어르신들께서 직접 우리 맥주펍에 방문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멋진 곳을 잃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마음. 부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맥주펍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이 온다. 부산이 외국인 방문객이 뚜렷하게 늘어 아시아권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기사도 빈번히 나온다. 그만큼 부산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볼 때 매력적인 도시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부산을 아름답게 평가하는 것을 정작 부산 시민은 듣지를 못하고, 심지어 잘 믿지도 않는다. 마치 일본이나 유럽의 소도시 여행정보는 꿰고 있으면서 정작 국내의 아름다운 명소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과 같이, 우리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고 충분히 관심을 주고 있지 않다.

부산의 많은 청년들이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많지만, 여전히 뛰어난 청년들이 부산으로 제법 모여들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경험을 쌓은 청년 사장님들이 부산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하기도 하고, 우리 같은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공공기관 직원들 또한 하나같이 뛰어난 청년들이 많다. 부산은 아직 청년이 있고, 이들을 끌어줄 수 있는 베테랑들 또한 많다. 이제는 부정적인 프레임은 벗어던지고, 부산에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 지금의 부산에 더 많은 새 아파트가 필요할까?

부산 특유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지켜내고 자신감을 발휘하자. 부산에서 꿈을 키우는 청년들과 그동안 부산을 지켜온 부산의 베테랑들이 서로 자주 대화하고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 딱딱한 자리가 아니라 동네 맥주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제 ‘노인과 바다’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말자. 그것은 한평생 헌신해 온 어르신들을 모독하는 표현이고, 부산의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표현이다. 여러 역량을 보유한 부산이 버텨준다면 다른 도시들에도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마지막 버팀목이 부산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지역 소멸 문제에도 대한민국이 우리 부산을 딛고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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