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장 '숙소난'
현재 노동자 6000여명…수용 한계
수원·안성·평택 등 타지서 출퇴근
현장 인근 교통 체증·주차난 심각
市 '임시숙소 설치' 행정, 더디기만

"오전 7시 출근인데 3시간 전부터 와야 그나마 자리가 있어요."
지난달 30일 오전 7시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주차장 인근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안성 방면에서 밀려오는 출근 차량 행렬은 주차장 입구에서 5㎞ 떨어진 문수산터널 뒤쪽까지 길게 늘어섰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일대 임시숙소 부족으로 수원·안성·평택 등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인력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노동자들은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주차장에 들어가기까지 차량 안에서 1시간가량 기다려야 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안성과 용인 양지 방면에서 차량이 동시에 밀려들고 공사 트럭과 셔틀버스, 승용차가 엇갈려 드나들면서 정체는 더 심해졌다. 주차장 입구에선 신호수들이 "빨리 빨리"를 외치며 차량 흐름을 간신히 조절하고 있었다.
한 신호수는 "현장과 가까운 쪽 주차장은 800~900대만 들어와도 포화상태인데 지금은 1200대가 들어온다"며 "이중주차가 일상인데 퇴근 때는 각 업체마다 끝나는 시간이 달라 차량을 빼주지 못하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신호수는 "정체 때문에 새벽 3~4시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셔틀버스는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고 타지에서 출근하면 이 시간대 카풀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했다.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에는 6000여명이 일하고 있지만 인근에 머물 방이 부족해 상당수가 이처럼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고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1만5000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할 사람은 있는데 잘 곳이 없다
SK하이닉스는 약 120조원을 투자해 원삼면 일대 415만㎡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반도체 생산시설(팹) 4기와 소재·부품·장비 협력단지가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으로, 1기 팹은 지난해 2월 착공해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공사 속도에 비해 임시숙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삼면 일대는 월세 급등과 매물 부족 문제가 겹치면서 주거 수용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삼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원삼면은 원룸 월세가 90만~120만원까지 올랐고 인근 백암면 쪽도 비슷하다"며 "매물이 없어 노동자들은 양지나 안성, 평택 등 외곽까지 밀려난다"고 했다. 이어 "평택 고덕산단쪽 월세가 40만~50만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이라며 "왕복 2시간씩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야근도 겹치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택에서 자가용으로 첫 출근했다는 김모(63)씨는 "용인 쪽을 알아보는데 이천 부동산을 추천받았다"며 "이 근처는 월세가 150만원 하는 곳도 있어 사실상 집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출근에만 1시간 넘게 걸렸는데 퇴근은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앞서 용인시는 지난해 4월 산단 건설 인력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설건축물 형태의 임시숙소 설치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 절차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원삼면 일대에서 임시숙소 건축 허가가 난 사례는 드물다.
이 지역 실정을 잘 아는 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용인시가 임시숙소 대책을 내놓으면서 숙소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행정 허가 절차는 더딘 감이 있다"며 "지금 허가가 나더라도 건축 공사에 상당 시간이 걸려 올해 6월 이후에는 숙소 부족과 교통 체증이 동시에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혜진·추정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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