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꼼수 질의·공문 은폐·고압 대응…광주 남구, 전국적 ‘망신살’
"정치인 북콘서트 공익 목적 없어"
전국 광역단체에 경고성 공문 배포
區, 유권해석 의뢰하며 ‘꼼수 질의’
신속 정비 지시에도 공문 수령 쉬쉬
전문가에 고성…"민원인엔 오죽하겠나"

광주광역시 남구가 설치를 승인했던 김병내 청장의 출판기념회 가로등 현수기로 전국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해당 홍보물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최종 '위법' 판정을 받으면서다.
특히 행안부는 남구의 위법 사례를 계기로 '정치인의 북콘서트 홍보물은 가로등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전국 17개 광역단체에 배포했다. 남도일보 단독 보도<1월 14일자 1면·15일자 8면>에서 촉발된 각종 논란 속에서도 '적법'을 강변하며 버텼던 남구의 엉터리 행정은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행안부도 속이려 한 '맞춤형 질의 정황'에 '공문 수령 감추기 급급', 전문가 압박한 '고압 행정'의 오만함까지 드러나며 남구 행정은 총체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성역 없는 단속' 에 남구청장은 예외
사태의 발단은 3주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구는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주월동과 봉선동 일대 주요 도로변 가로등에 김병내 남구청장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가로등 현수기 300여조(개)의 설치를 승인했다. 홍보 업체가 낸 신고를 남구가 수리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당장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남구가 타 출마예정자들의 홍보성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해 강경 단속을 이어온 상황에서 현직 단체장의 이름이 적힌 홍보물이 거리 한복판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남구는 구의회와 정당,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 무단 설치 시 즉시 철거하고, 장당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까지 통보했다. 일부 출마 예정자들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행정 경고를 집행하는 등 엄정 대응을 이어왔다.
위법성 논란도 제기됐다. 관련법상(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가로등 현수기를 국가 주요 시책이나 문화·예술·진흥 등 '공공 목적 행사'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는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웠다. 남상래 남구 도시계획과장은 "해당 가로등 현수기는 옥외광고물법상 신고 대상 광고물로 분류돼 적법하게 신고·수리됐다"며 "개인 관련 광고물로 판단해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 신고를 거쳐 게시된 만큼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병내 현수기' 전국 위법 사례로
그러나 행안부의 판단은 달랐다.
행안부는 지난달 22일 남구의 사례를 토대로 작성한 '가로등 현수기 관련 법령해석 검토의견'을 전국 17개 시·도에 일제히 하달했다. 특정 지자체의 질의 사항을 전국 광역단체에 공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남구 같은 불법 행정을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예외 규정은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정치인 개인의 서적 출판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는 문화·예술 진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명시했다. 그간 남구가 주장해온 북콘서트가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상 허용되는 '문화·예술 진흥 행사'에 해당한다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행안부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근거로 '출판'과 '출판행사(북콘서트)'를 엄격히 분리했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세를 과시하는 북콘서트는 사적·정치적 성격의 행사일 뿐, 공익적 목적으로 가로등을 점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자의적 법령 해석 '부실 행정'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남구 행정의 민낯과 총체적인 부실도 여실히 드러냈다.
우선 남구는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며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황이 확인됐다. 남구는 행안부에 질의서를 보내며 해당 행사의 주체가 '현직 구청장'이라는 내용을 누락한 채 마치 일반적인 문화예술 성격의 북콘서트인 것처럼 사실상 거짓으로 질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남구는 행안부의 불법 판정과 광주시의 정비 지시가 담긴 공문이 이미 하달됐음에도 쉬쉬한 은폐 행태를 보였다. 행정의 투명성을 스스로 걷어찬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남구는 광주시의 '신속 정비'지시를 받고도 이미 게첨된 타 예비후보자의 가로등 현수기를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남구의 고압적인 대응 방식이었다.
정당한 법리적 견해를 제시한 전문가에게 해당부서 간부가 직접 항의성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인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법리와 논리로 대응해야 할 공직자가 외부 취재원을 압박하려 했다는 사실은 남구 행정의 도덕성 결여를 여실히 보여줬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일반 민원인들을 상대로는 과연 어떤 태도를 보였을지 짐작조차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공직자가 옥외광고물법 위반으로 판단된 사안을 끝까지 밀어붙인 건 부적절했다"면서 "최소한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고, 재발 방지 조치와 함께 그 책임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성역 없는 단속'이라는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배신하며 전국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안세훈·조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