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동서남북] 운세를 보는 방법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현대인들은 새해를 맞이하면 어김없이 운세에 귀를 기울인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아 길흉화복을 묻는 풍경은 여전하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서비스가 대중화되었다. 우리가 운세를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여 심리적 위안을 얻고,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선택하고 싶은 열망이 투영된 것이다. 다만, 재미로 가볍게 받아들이든 사뭇 진지하게 임하든, 운세를 보기에 앞서 옛 성현들이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거쳤던 치열한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철저한 관찰이다. 오랜 옛날에는 자연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였다. 관찰이란 단순히 보는 것은 넘어 멀리 넓게 조망하는 동시에 가까이서 세밀하게 살피는 것을 말한다. 원시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위하여 날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농경시대에는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계절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야 했다. 인류는 변화무쌍한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생존에 유리한 데이터를 축적하였으며, 고대 로마의 달력이나 중국 주나라에서 체계화한 24절기는 인류의 관찰이 낳은 지혜의 산물이다. 즉, 인류는 자신의 생존을 운에 맡기지 않고 주어진 환경의 질서를 면밀히 파악하였다.
둘째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관찰만으로 형세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옛 지도자들은 책사의 조언을 구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이나 조선시대 개국공신들은 대표적인 책사들이다. 업무가 세분된 오늘날, 정부 역시 중대 사안을 결정하기 전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을 거쳐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셋째는 대중에게 묻는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가급적 많은 사회 구성원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 과거 임금의 잠행(潛幸)이나 오늘날의 여론조사는 결국 다수의 지혜를 모아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관찰하거나 전문가와 다수의 의견을 듣고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옛 지도자들은 정책 결정을 내리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하늘의 뜻을 물었다고 한다. 고상하게 말해 하늘의 뜻이지 사실상 점을 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속인이나 신탁이 국가 중대사에 관여한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한 후에 마주하는 겸허한 결단의 과정이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남은 영역, 인간의 지성과 힘이 미치지 못한 필연의 세계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하늘의 뜻을 물었다. 치열함을 전제한 후 이루어진 점괘는 결단에 대한 확신과 책임을 부여하는 정서적 지지대로 작용하였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인공지능 자동화에 대한 열기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접근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사회 변동성이 증폭하면서 단 몇 개월 뒤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사회는 더욱 불확실하기만 하다. 다만, 인공지능에 매우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점을 쳐서 자신의 운명을 묻는 것과 유사하게, 사람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많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점술이 과학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옛 성현들이 하늘의 뜻을 묻기 전에 자신에게, 전문가에게, 대중에게 끊임없이 묻고 치열하게 답을 구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신년운세 혹은 인공지능에 무작정 의존하기보다, 지금 우리 곁의 현상을 더 진지하게 관찰하고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운세는 그 치열한 노력 끝을 장식하는 작은 격려일 뿐이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자치혁신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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