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에도 ‘신속 공격방안’ 지시한 트럼프…“전쟁 기다리는 사회 된 이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란 주변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발언을 내놨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알리 라리자니는 1일 자신의 엑스에 “미디어가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전쟁 선동과는 대조적으로 협상을 위한 구조적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썼다. 라리자니 의장은 전날엔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를 만나 지역 긴장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전쟁은 이란이나 미국, 지역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달 3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린 뭔가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아니면 뭔가 일어나는지 볼 것이다”라며 “우리는 거기로 향하는 큰 함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그들(이란)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뭔가를 협상하기를 바란다”며 “핵무기가 없는 만족스러운 협상 타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국의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미국은 이란 주변 군사력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31일 미군의 감시용 항공기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가 이날 이란 국경 근처 중립 수역 6000m 상공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항공관제 관계자는 미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MQ-4C 트라이튼이 지난 며칠간 이 일대에서 목격됐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군사전문 매체 더워존(TWZ)은 푸에트리코에 전개됐던 미 공군 F-35A 전투기 일부가 최근 유럽 포르투갈 라제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장기전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결정적인 공격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 인근 지역에 군 자산 전개가 충분히 이뤄져, 이란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무기고 등의 타격부터 정권 붕괴까지 포함한 다양한 군사적 목표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 비비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에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이란 담당 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제기하며,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만류한 것은 계획이 너무 소규모였기 때문이라고 봤다.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미국이 걸프 지역에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매우 가까워진 지금 상황이 네타냐후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남부 항구도시인 호르모즈간주 반다르아바스에선 31일 8층 아파트에서 폭발로 4살 어린이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폭발 직후 소셜미디어에선 이 폭발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겨냥해 벌인 암살작전이라는 이야기가 퍼졌으나, 현지 소방서는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진화됐다. 같은 날 남서부 아바즈에서도 가스 폭발로 5명이 사고로 사망하자, 지역 당국은 적의 공격이 아니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단순 사고를 놓고 미확인 공격설이 확산하는 것은 이란 내 민심 불안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엔지니어는 뉴욕타임스와 문자메시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 모두가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란은 스트레스와 걱정,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이란이 ‘전쟁을 기다리는 사회'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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