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통폐합 부추기는 교육정책···통합특별시 특례, 학점제와 맞물린 지역의사제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정책들이 맞물리면서 지역의 ‘작은 학교’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합특별시에 부여되는 교육 특례와 고교학점제·지역의사제로 인해 지역 학생들이 특목고·영재학교로 빠져나가거나 학생 수가 많은 학교로 쏠리면서,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먼저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충남·대전,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영재학교 설립·지정(충남·대전)과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설립·운영에 관한 특례(광주·전남)가 담겼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관리해온 영재학교·특목고의 설립·지정 권한을 상당 부분 통합특별시에 넘기는 내용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울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지방 발전이 중요한데 영재학교나 특목고를 짓고 싶어하죠?”라며 통합특별시에 영재학교·특목고 설립 특례를 부여할 것을 시사했다.
통합특별시에서 특목고·영재학교 설립과 지정이 늘어나면 성적 상위권 학생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에서도 특목고·자사고 확대로 일반고 교육 여건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서울처럼 대도시 권역에서는 ‘쏠림’으로 그쳤지만, 통합특별시의 경우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전교생 100명 안팎의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부실장은 “집적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통합특별시에선 주요 도심에 특목고나 영재학교를 설립·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지역 살리기 명분으로 작은 학교들을 (특목고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후 지역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체제와 맞물려 시행되는 지역의사제 또한 작은 학교의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교사 배치도 줄어드는 구조여서, 소규모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목표로 하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남대 의대는 현재 고2가 지원하는 2028학년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진로선택과목인 ‘물질과 에너지’, ‘화학반응의 세계’,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가운데 ‘2과목 이상’을 권장 이수과목으로 공지했다. 만약 재학 중인 고교에서 의대가 권장하는 진로선택과목을 개설하지 않는다면, 해당 학교는 학생들이 진학을 회피할 수 있다. 교육부는 온라인학교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신입생 배정이 적은 고교 학부모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내신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가령 한 선택과목을 10명이 수강하면 사실상 1명만 1등급(상위 10%)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대 수시모집에서 요구되는 선택과목 개설 가능성과 고교학점제 체제에서의 내신 1등급 확보 등을 고려해, 학생 수 300명 안팎의 중·대형 고교로 지역의사제 지원 희망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선발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에서 시행되며, 지역 일반고 1112곳이 적용 대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부모들은 학생 수를 기준으로 고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선택과목의 종류, 내신 확보에서 작은 학교에 불리한 고교학점제와 지역의사제가 맞물리면 작은 학교의 소멸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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