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쏠림 넘는다…구미, 반도체 분산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이봉한 기자 2026. 2. 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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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용수·부지 갖춘 구미, ‘보완 클러스터’ 최적지로 부상
용인 집중 리스크 완화, 지방 분산형 국가 반도체 전략 본격화
▲ 구미 국가1산단 전경.

이재명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강조하면서, 수도권 집중을 넘어 지역 분산형 반도체 전략이 새로운 국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국가경쟁력을 둘러싼 '용인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이 산업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은 보조금과 같다"는 반도체 전쟁 속에서 1단계는 추진하되 이후 팹 일부를 지방 거점으로 분산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경북 구미가 '보완 반도체클러스터'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구미는 국가5산단 등 즉시 착공 가능한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있어 빠르면 2027~2028년 사이 준공과 공장 가동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도전'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강점을 가진다. 개별 팹에만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용수·부지 등 기반 여건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투자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공급망·인프라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된 TSMC 제1공장이 착공 후 20개월 만에 완공된 사례는 속도 경쟁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팹 6기와 협력업체 60여 곳이 입주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일반산단에 팹 4기 건설을 추진하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공급, 토지 보상, 송전망 갈등 등 기반시설 문제로 일정 지연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구미 국가 5산업단자. 구미시

전문가들은 용인 클러스터를 '백지화'하기보다 '보완적 분산'이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가 에너지 전환과 지역균형발전 토론회'에서 "1단계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이후 단계는 호남권과 영남권으로 나눠 최적 후보지를 기업·정부·지자체가 함께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K하이닉스의 1단계 공장 가동은 계획대로 가되 이후 건설되는 팹 가운데 일부를 지방 거점으로 이전해 국가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수도권이 용인을 고집하는 핵심 논리는 '인재'이지만, 전문가들은 인재가 단순히 지역이 아니라 혁신 생태계를 따라 이동한다고 지적한다. 경북도는 2030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1만 명 양성을 목표로 현재까지 4880명을 배출했으며, 금오공대·경북대·포스텍·DGIST·대구가톨릭대를 중심으로 한 인력 양성 체계도 구축돼 있다.

해외에서도 반도체 생산거점을 여러 지역에 분산시키는 전략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처럼 핵심 생산기지가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원활히 운영되는 것은 한국의 핵심 인재들이 현지에 파견돼 공정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생산거점을 구축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만큼, '수도권이 아니면 인재가 가지 않는다'는 논리는 더 이상 절대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구미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역으로, 국가5산단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산업용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력자립도 200%를 넘는 경북의 기반과 낙동강 수계를 통한 풍부한 공업용수 공급, 340여 개 소재·부품·장비 기업 집적은 구미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용인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통째로 이전하는 것은 행정절차를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반도체 전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1단계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이후 단계부터 구미와 같은 준비된 지방 거점으로 일부 팹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은 국가균형발전과 산업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수도권에만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입증된 구미산단에 '보완 클러스터'를 구축해 국가 산업의 산소탱크를 복수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북도는 반도체 산업 거점 유치를 위해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 분산 논의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가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지역 간 유치전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