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약세 원인은···“대미투자 확대·수출 둔화 우려 작용”
“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 기대 자극”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래 환율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잠재적인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와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가 환율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1일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수요를 확대시키며 실제 환율을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흐름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 이상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0.8% 상승했다. 송 위원은 "원화 약세가 특정 국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 전체의 달러 강세 흐름과는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달러 보유 확대가 원화 약세 기대를 강화한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수출기업들은 수취한 달러를 바로 환전하지 않고 매도를 늦추거나, 오히려 외화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달러 유동성을 확보했다. 실제로 기업 보유 외화예금은 2025년 하반기 9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송 위원은 "기업들이 환율 상승을 예상해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이런 행동이 환율 상승 기대를 더 강화하는 순환 구조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원화 약세는 내외금리차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송 위원은 "금리 역전폭이 축소됐지만 원화는 오히려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며 "이론적으로는 통화가 강세를 보였어야 하는 구간에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일본 엔화 역시 동일한 패턴을 보이며 원·엔 동조화 현상이 다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전반적 대외 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CDS 프리미엄은 22bp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699bp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도 증가해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원화 약세 신호도 포착되지 않았다. 송 위원은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최근 환율 급등은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기대심리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송 위원은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누적되면 실제 시장 움직임을 왜곡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미세조정과 함께, 기대 쏠림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제 펀더멘털 강화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환율 구조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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