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레전드 벤제마, 구단은 속수무책…리그 본부가 쥔 연봉 결정권이 만든 기이한 갈등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39)가 사우디아라비아 알이티하드 훈련과 경기 출전을 전면 거부했다. 지난달 29일 알파테흐전을 킥오프 몇 시간 앞두고 구단에 출전 거부 의사를 통보했고, 이후 1군 훈련에서도 이탈해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프랑스 레키프와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등에 따르면, 벤제마가 격분한 이유는 마이클 에메날로 리그 디렉터가 이적시장 마감 5일 전 제시한 재계약 조건 때문이다. 에메날로 디렉터는 고정 연봉 없이 초상권 수익만 100%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로마노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뛰고 초상권만 즉시 지급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너스와 초상권 수익을 합쳐 벤제마의 연봉은 최대 2억유로(약 344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시즌 알이티하드를 리그와 국왕컵 더블 우승으로 이끌고 사우디 리그 올해의 선수까지 받은 주장에게 던진 조건치고는 모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벤제마는 지난여름 에메날로 디렉터로부터 현재 계약과 같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알이티하드가 이 갈등에 개입조차 못한다는 점이다. 사우디 리그는 스타 선수의 실질적 고용 주체가 개별 구단이 아닌 리그 본부다.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갱신은 리그의 감독 아래 이뤄진다. 구단 이사진과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 모두 벤제마 잔류를 원하지만 연봉 협상권이 전무한 상황이다.
콘세이상 감독은 알파테흐전 후 기자회견에서 “카림 벤제마에 대해서는 구단에 물어봐야 한다. 나는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하며 결과를 내고 우승을 차지하는 게 책임”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카림은 위대한 프로이자 환상적인 선수이고, 그를 지도하는 게 자랑스럽다”며 벤제마를 공개 옹호했다.
계약이 오는 6월 만료되는 벤제마는 재계약 없이 자유계약 신분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벤피카를 비롯해 이탈리아 유벤투스,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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