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단지 작업을 대체할 뿐, 일자리 걱정 마세요”…AI 권위자가 전하는 반가운 미래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
이선 몰릭 와튼스쿨 교수 인터뷰
‘AI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AI시대 경쟁력 위해 ‘전문성’ 중요
기술발전 이제 시작, 거품론엔 ‘끌쎄’

시장은 낙관론으로 뜨겁지만, 정작 고용 현장에서는 서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번역, 디자인, 문서 작업부터 데이터 분석과 이에 따른 추론, 경영 판단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일을 AI가 하나 둘씩 꿰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일자리는 안전한가’라는 근원적 공포가 고용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AI 권위자 이선 몰릭(Ethan Mollick)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런 우려가 과장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AI가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구성하는 ‘작업’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AI가 지루한 하위 작업들을 대신 처리해 줄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만의 ‘취향’과 ‘주체성’을 발휘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AI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낙관이 뒤섞인 이 변곡점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타임(TIME)지가 선정한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베스트셀러 듀얼 브레인(영문명 Co-intelligence) 저자인 몰릭 교수를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에서 만났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공존하고, 변화하는 산업 지형 속에서 새로 부상하는 기회를 포착하는 방안을 몰릭 교수에게 물었다.
A. 명확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사람들은 AI가 ‘직업’을 없앨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대체되는 건 ‘작업(Task)’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직업은 기자다. 기자는 여러 작업을 한다. 인터뷰를 하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자료를 조사한다. 이 중 AI가 당신의 작업을 돕고, 그 중 일부를 더 잘 해낸다고 해서 당신의 직업을 없애는 건 아니다. 다만 당신이 여러 작업을 하기 위한 시간 배분을 바꿀 뿐이다.

A. AI는 인간이 수행하는 작업을 변화시키겠지만, 직업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 직업의 양상은 달라지겠지만, 직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Q. 그러나 작업 상당수를 AI가 대신 한다면 사업주는 더 이상 직원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A. 다시 기자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하루종일 보도자료만 쓰는 게 당신 일의 전부라면 물론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하지만 설령 AI가 당신보다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당신의 실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기사(이야기)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탐색하고, 또 그 흥미로운 기사를 쓰기 위해 팩트를 수집하고, 이 기사가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는 여전히 당신이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직업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 안에 담긴 작업의 구성이 달라질 것이다.
Q. 작업의 성격이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 같다.
A.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하위 작업(sub-tasks)는 분명 AI로 대체될 것 같다. 당신은 기자다. 좋은 기사를 작성하는 데 본질적인 작업 외에 부가적인 행정 일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작업들을 AI가 처리해준다면 당신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앞으로 인터뷰에만 집중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인터뷰를 잘 하는 기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Q. 그럼에도 작업의 성격이 바뀌며 위협받는 일자리가 분명 존재할 것 같다.
A. 모든 직업이 여전히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기묘할 것이다. 또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비디오 게임 제작을 예로 들어보겠다. 과거엔 프로젝트 매니저, 게임 코딩 프로그래머, 그래픽 담당 디자이너가 각각 자신의 일을 했다. 하지만 이젠 프로젝트 매니저가 AI를 이용해 프로그래밍도 하고, 디자인도 할 수 있다. 결국 ‘누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
A. 특정 주제에 대해 매우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폭넓게 아우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즉,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한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만의 ‘취향(Sense of Taste)’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AI에게 기사 500개를 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AI 쓴 기사 중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구분하는 안목과 취향이 없다면 AI는 무용지물이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덕목은 주체성(Agency)이다. AI는 당신을 위해 많은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추진하는건 결국 스스로 해내야만 한다.

A.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한다. 다만 동시에 ‘인간적인 것’을 유지하는 것이 내겐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차기작을 집필 중인데, 항상 내가 초고를 쓴다. AI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직접 글을 쓴 다음이다. 이를 통해 작성된 글은 AI의 글이 아닌 내 글이다.
AI에게 아이디어를 도출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자료 조사를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I를 통한 결과물과 내 결과물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Q. AI가 당신의 작업에 얼마나 기여한다고 생각하나.
A. 상당히 기여한다. AI가 없었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절반도 아마 해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AI를 언제 쓰고, 언제 쓰지 않을지다. AI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AI 활용에 대한 이해도 덕분이다.
AI에게 단순히 ‘글을 한편 써 줘’라고 요청한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교열을 보는 일에 활용하면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다음 단락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힐 때가 있다. 이럴 때 AI에게 단락을 마무리할 수 있는 버전 30개를 제안해달라고 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
A. 거대언어모델(LLM) 공급자 측면에서는 새로운 진입자가 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 GPU 등 AI와 관련한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은 2030년까지 현 경쟁 구도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Q. AI 분야에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있다. 일각에선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A. ‘금융 거품’과 ‘기술 거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기술 측면에서 거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미 이 기술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이 기술이 유용하다고 느끼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는 확답이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설령 AI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AI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오픈AI가 무너진다 하더라도(그럴리 없겠지만), 장기적인 AI 발전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이 기술은 여전히 세상에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2026년에도 AI 기술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주도 기업의 지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 전문적 투자자는 아니어서 언급하는게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는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AI 인프라 구축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전력, 더 많은 반도체 칩,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것이다. 이 기업들이 과대평가됐는지 여부는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확실한건 AI 서비스를 위한 기반시설(인프라) 확충은 여전히 타당한 투자처로 볼 수 있다.
둘째로, 앞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현장에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란 점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어떤 기업이 AI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여러 기업들이 있다. 백신 회사인 모더나가 대표적이다. 모더나의 모든 직원들은 업무에 ChatGPT를 쓰고 있다. 내부적으로 AI를 활용해 흥미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Q. AI 시대에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 기업은?
A. 거대언어모델(LLM)과 대립각을 세우고 경쟁하려는 기업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대언어모델(생성형 AI)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생성형AI와 경쟁하겠다는 기업이 있다면 이들은 이에 대한 사용을 부정해야만 한다.
A. AI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오히려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AI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가장 크게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또 AI를 활용하는데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은 점도 장점이다. 가난한 국가든, 부유한 국가든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는 같은 성능의 AI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과거에 발생시킨 능력에 따른 불평등 격차를 좁혀주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Q. 하지만 AI에도 유료 버전이 있지 않나. 이에 따른 불평등 발생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AI 모델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유료 버전을 이용하는데 보통 한 달에 5달러~20달러(약 7250원~2만9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서 격차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과거 능력이나 정보 접근의 격차에 따른 불평등 가능성과 비교하면 덜하다고 본다.
물론 AI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이 AI 분야의 부를 독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A. 내 책에서 AI가 ‘들쭉날쭉한 경계선(Jagged Frontier)’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 AI는 어떤 일은 정말 잘 해내지만, 또 어떤 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다룬 내용이다.
AI가 모든 일을 전부 쉽게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초지능은 마치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신과 같은 기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계는 여전히 빈틈을 갖고 있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설사 초지능이 탄생하게 되더라도, 이것이 흔히 언급되는 ‘특이점(Singularity)’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는 지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물론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테지만 , 아직까지 심각하게 우려하거나 걱정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Q.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A. 우선 인공지능을 최대한 많이 활용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가급적 유료 모델을 쓰는 것이 좋다. 모든 업무에 인공지능을 적용해보며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해 개개인에게 딱 맞는 ‘사용설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픈AI나 구글 직원들도 설명해줄 수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AI를 써가며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여러분에게 굉장한 ‘경쟁우위’를 마련해줄 것이다.

특히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오히려 AI의 지적 능력과 인간의 직관을 결합해 잠재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AI와 어떻게 공존하며 공동의 번영을 이룰지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자신만의 지적 영토를 넓혀갈 안내서와 같은 책이다. AI로 급변하는 미래에 오히려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 독자라면 ‘듀얼 브레인’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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