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사상 최고 뒤 하루 만에 급락…금·은 시장 ‘충격과 혼돈’

권영진 기자 2026. 2. 1. 1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 금·은값 각각 10%·30% ‘폭락’
교동 귀금속거리 등 소매시장 ‘거래 절벽’
제조업체, 원가 부담 완화 기대감
최근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국제 금값과 은값이 하루 만에 폭락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실물·투자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국제 금값과 은값이 하루 만에 폭락하면서 국내 실물·투자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은 대구 수성구의 한 금 거래소에 진열된 상품. 권영진 기자

최근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국제 금값과 은값이 하루 만에 폭락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실물·투자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쏠렸던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고, 그 여파가 지역 상권 및 산업 현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전장 대비 9.5% 급락한 온스당 4천883.6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천500달러선을 돌파하며 5천594.82달러까지 치솟은 지 하루 만에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이다.

국내 금 시세도 국제 금값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기준 1돈(3.75g)당 팔 때는 83만6천 원, 살 때는 99만5천 원으로 전날 대비 각각 5만2천 원(5.0%)과 2만8천 원(3.2%) 하락했다.

최근 몇 달 새 랠리를 이어온 국제 은값은 더 많이 내렸다. 온스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은값은 이날 전장 대비 27.7% 급락한 83.99달러에 거래되며 하루 새 17~30% 급락, 100달러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 이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패닉 셀링' 양상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거래 구간에서는 호가 공백이 발생하며 가격이 급전직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Kevin Warsh)를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꺾였다.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자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금과 은 등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여기에 단기간 과도한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점도 급락을 부추겼다. 금과 은은 최근 몇 달 새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약세 기대가 겹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만큼, 시장에서는 "고점 부담이 누적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자 대규모 매도 주문이 동시에 쏟아졌고, 이는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 역시 안전자산 수요를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과 은을 보유하던 '헤지' 수요가 일부 약화됐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금 및 은 시장은 단기간에 '과열'에서 '급랭' 국면으로 전환됐다.

국제 금·은 가격의 급격한 폭락은 지역경제 전반에도 엇갈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귀금속상권은 깊은 불황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산업용 수요 비중이 큰 제조업체와 투자 중심의 금거래소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대구 중구 교동 귀금속거리는 금과 은 가격 하락 소식에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값이 다소 조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한 돈당 100만 원 안팎의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면서 돌반지와 커플링, 결혼예물 등 전통적인 소비 수요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사태 때보다도 손님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체감 경기는 차갑다.

반면, 금과 은을 산업용 소재로 사용하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가격 하락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은은 전도성이 뛰어나 전장부품과 전자회로, 태양광 패널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최근 은값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컸던 성서산업단지 내 전장·부품업체들은 이번 가격 조정을 계기로 원자재 조달비용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이를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마진을 깎아가며 버텨야 했던 만큼, 이번 조정 국면을 '숨 고르기' 기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원가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금과 은 가격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과열됐던 시장에서 거품이 빠지는 조정과정"이라며 "변동성이 커진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반면 "미국 재정 불안과 달러에 대한 구조적 불신, 중장기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번 급락이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과 은 가격의 등락 폭이 크게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격 매수나 공포에 따른 투매보다는 시장이 진정되는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급등과 급락이 교차하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