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소자 95명을 혼자 담당"…교도소 인력난 한계상황
전국 재소자 21% 늘 때 교정공무원은 6% 늘어…"교정? 꿈도 못 꿔요"
![제빵교육 참여하는 재소자 (서울=연합뉴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재소자가 제빵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2015.10.21 [법무부 제공] photo@yna.co.kr](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1/yonhap/20260201120214519elpi.jpg)
(화성=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하얀 요리사 모자를 쓴 청년들이 반죽이 들어있는 짤주머니를 쥐어짜며 쿠키의 모양을 잡았다. 한쪽에선 다른 청년들이 오븐에 들어간 쿠키를 지켜보다 기자들을 보고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지금 만드는 게 뭐냐'고 묻자 한 청년이 "버터 쿠키입니다"고 답했다. 하얀 요리복에 기결수가 입는 파란색 바지 차림의 이들은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재소자다.
지난달 29일 찾은 이 교도소에선 전체 수용자 1천820명 중 659명이 제과·바리스타와 타일, 자동차 도장, 용접 등 26개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해 출소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과·바리스타 교실에서 10여명의 재소자를 교육하던 황철명 기능장은 "내가 제과 기술로 30년 벌어먹었는데, 이 친구들도 앞으로 30년 벌어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기능장 등 교육 담당자들이 재소자의 교육 성과를 설명하는 동안 교실 구석구석을 쉬지 않고 오가는 사람이 있었다. 보안, 행정, 상담 등 교육 이외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이다.
이들은 재소자가 오븐을 열 때, 조리도구를 집어 들 때, 앉거나 일어설 때, 기자가 재소자에게 접근해 대화할 때도 문제가 없는지 살피느라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타일 교육장에서 만난 경력 10년의 A 교도관은 "칼이나 톱, 망치, 그라인더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도구가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도구함과 문을 매번 자물쇠로 잠그는 일 등 보안 업무부터 행정 업무 등은 모두 교도관이 담당한다"며 "원래 교도관 한 명이 교실 한 개를 담당하도록 설계됐는데, 현재 한 명이 교실 두 개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도 보안과 질서 유지가 이뤄져야 지속될 수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용접, 타일, 건축 등 교육 교실에는 수십명의 재소자가 한꺼번에 교육받고 있었지만, 질서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교도관은 교실당 한 명뿐이었다.
교실 곳곳에 벽돌과 시멘트 미장용 도구가 널려있는 타일 교실에도, 1천도가 넘는 불꽃이 튀는 용접 교실에도, 불과 칼을 사용하는 한식·중식 조리 교실에도 재소자는 수십명인데 교도관은 한 명이다.
재소자가 오후 일과를 마치고 수용 거실로 돌아가 취침하는 야간 시간에는 교도관 27명이 1천800여명의 재소자를 관리해야 한다.
중앙통제실에서 CC(폐쇄회로)TV 모니터로 교도소 곳곳을 관찰할 수 있지만, 50여개의 모니터를 2∼3명의 교도관이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주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B 교도관은 "재소자는 늘어나는데 교도관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교수나 기능장에게 우리 업무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며 "통제와 질서 유지만 해도 벅차다. 재소자 교정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용접 실습하는 재소자 (서울=연합뉴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수형자들이 용접 실습을 하고 있다. 2015.10.21 [법무부 제공] photo@yna.co.kr](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1/yonhap/20260201120214688vmit.jpg)
법무부에 따르면 이 교도소의 재소자 정원은 1천450명인데 현원은 1천820명으로 과밀화 수준이 높은 상황이다. 수용 비율은 약 126%에 달한다.
재소자 과밀화에 교도관 인력 부족이 겹친 현실은 전국 교정시설의 만성적인 문제다.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재소자 정원은 5만614명인데, 현원은 6만5천279명으로 수용 비율이 약 129%다.
법무부 관계자는 "100명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으로 130명을 관리하는데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전국의 재소자는 2024년 6만1천366명으로 2015년(5만3천892명)보다 21.1% 늘었지만, 같은 기간 교정공무원 현원은 1만5천638명에서 1만6천647명으로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도관들은 수용 비율이 높으면 한 방에 머무는 재소자가 많아져 재소자의 스트레스와 충돌 위험이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C 교도관은 "최근에는 재소자가 점점 늘어 교도관 1명이 재소자 95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생겼다"며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법무부 교정본부가 2024년 본부와 법무연수원, 4개 지방교정청, 54개 교정기관 직원을 상대로 진행한 '교정공무원 심리검사를 통한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과밀 수용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량 및 인력 부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원 확대를 위해선 행정안전부와 기획예산처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라며 "교도관 정원 확대와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교정시설 환경개선과 현장 근무자의 처우 개선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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