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 주름 ‘프랭크 사인’은 정말 심장병 징후일까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2.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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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지표는 아니지만 보조적 위험 신호로는 유효
“무시하지 말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부터 점검해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한 방송인이 최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의 귓불에 있던 주름이 주목받았다. 귓불 주름이 심혈관질환과 관련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쪽 또는 양쪽 귓불에 45도 각도로 파인 사선형 주름을 의학 문헌에서는 '프랭크 사인(Frank's sign)'이라고 한다.

귓불 주름이 일반인의 관심을 끈 것은 2000년대 TV 프로그램에서 외국 사례가 의학적 검증보다는 흥미 위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특히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자, 일부 언론은 그의 귓불 주름을 근거로 심혈관질환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을 제기했다. 이후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심근경색 전조'라는 주장이 확산하며, 귓불 주름이 곧 심혈관질환 위험을 의미한다는 이분법적 인식이 굳어졌다.

ⓒChatGPT 생성이미지

심혈관질환의 '결정적 신호' 될 수 없는 이유

귓불 주름은 1973년 미국 의사 샌더스 프랭크가 협심증 환자에게서 자주 관찰된다고 보고하면서 의학계에 알려졌다. 초기에는 단순한 노화 흔적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다수의 관찰연구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성 치매 등 심뇌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귓불 주름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이 높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더 큰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현재는 '혈관질환 환자에게서 귓불 주름이 더 흔하다'는 수준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상태다.

이런 상관관계를 설명할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가설이 제시돼 있다. 대표적인 가설은 외경동맥 분지에서 혈액을 공급받는 귓불의 미세혈류가 약해질 경우, 조직에 만성적 변화가 누적되면서 주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관찰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는 프랭크 사인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보다는 특정 현상들 사이에 관련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우연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고, 연령·생활습관·기저질환 등 여러 공통 요인이 반영돼 함께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귓불 주름에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2017~21년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 연령이나 만성질환 등 주요 요인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 환자에게서 귓불 주름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귓불 주름이 있어도 심혈관질환이 없는 사람이 적지 않고, 반대로 심혈관질환이 있어도 귓불 주름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가장 큰 변수는 노화다. 귓불 주름은 나이가 들수록 흔하기 때문에 노화 자체가 귓불 주름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어떤 귓불 주름을 심혈관질환과 연관된 소견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어, 평가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귓불 주름 분석은 연구자가 그 주름을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식에 의존해,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이처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은 반복적으로 관찰됐지만, 귓불 주름을 독립적인 진단 지표나 선별검사로 활용할 근거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미국심장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 유럽심장학회(ESC) 등의 주요 심혈관 진료 가이드라인에 귓불 주름은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이찬주 교수는 "프랭크 사인은 독립적인 진단 지표라기보다 연령 증가, 흡연, 당뇨병, 고혈압 등 동맥경화와 연관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외형적 신호에 가깝다. 따라서 프랭크 사인이 있다고 해서 심혈관질환이 반드시 존재하거나 향후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프랭크 사인이 없다고 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수용의 귓불 주름이 포착된 방송 장면 ⓒYTN 캡쳐

"프랭크 사인, 질환 위험 신호로 활용될 수도"

이처럼 귓불 주름은 심혈관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과 단순한 노화 현상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엇갈린 상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귓불 주름을 정밀 분석하고, 뇌소혈관 손상과의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 논쟁에 중요한 단서가 추가됐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프랭크 사인에는 노화에 의한 변화와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변화가 함께 섞여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질환과 연관된 프랭크 사인을 구분할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웅 교수 연구팀(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조성만 연구원)은 뇌 MRI(자기공명영상)에 얼굴과 귓불이 함께 촬영된다는 점에 착안해, 3차원 얼굴 이미지에서 귓불 주름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AI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뇌 MRI 400건에서 전문가가 귓불 주름 부위를 하나하나 표시했다. 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했다. 이후 AI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데이터 600건으로 1차 검증을 시행하고, 충남대병원·강원대병원·세브란스병원 데이터 460건으로 2차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의 핵심은 AI가 표시한 귓불 주름 영역이 전문가 판독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였다. 두 차례의 검증에서 AI가 찾아낸 귓불 주름 위치가 전문의 판단과 70% 이상 일치했다. 의료영상 분석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평가된다. 또 귓불 주름의 '있다·없다'를 구분하는 능력을 평가한 AUC(분류 성능 지표, 1에 가까울수록 우수)는 두 차례 검증 모두에서 0.9 이상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AI 모델을 이용해 특정 혈관질환과 관련된 귓불 주름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김기웅 교수 연구팀(조성만 연구원, 제주대병원 박준혁 교수)은 AI 모델을 활용해 귓불 주름이 혈관 손상의 정도와 연관돼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소혈관질환인 카다실(CADASIL)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뇌소혈관질환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기억력 저하·보행 불안 등 노화로 오해하기 쉬운 형태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매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카다실은 단일 유전자(NOTCH3)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으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아 교란 변수를 배제하기 쉽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혈관 손상과 귓불 주름의 관계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질환으로 평가된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특징은 뇌백질변성(WMH)이다. 뇌 중심부를 둘러싼 백질이 점차 손상되면서 MRI에서 하얗게 보이는 병변이 나타나며, 병변의 범위와 정도가 클수록 뇌졸중과 치매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카다실 환자 81명과 연령· 성별을 맞춘 일반인 54명을 대상으로 AI 모델을 이용해 귓불 주름의 존재와 위험도를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하게 나타났다. 귓불 주름 발생률이 카다실 환자에게서 66.7%로 일반인 42.6%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령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카다실 환자는 일반인보다 귓불 주름이 생길 확률이 4.2배 높았다. 

더 중요한 결과는 카다실 환자 내부 분석에서 나왔다. 귓불 주름과 뇌백질변성 부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귓불 주름이 있는 카다실 환자는 귓불 주름이 없는 환자보다 뇌백질변성 부피가 약 1.7배 컸다. 또 환자의 뇌백질변성 부피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자 하위 그룹에서 37.0%, 중위 그룹에서 66.7%, 상위 그룹에서 74.1%로 귓불 주름 발생률이 단계적으로 증가했다. 

MRI(자기공명영상) 3차원 원본 이미지(A)를 토대로 전문가가 수동으로 직접 표시한 귓불 주름(B)과 AI(인공지능)가 예측해 자동으로 표시한 영역(C). DSC(D)는 두 영역의 겹침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AI가 전문가와 거의 일치하게(약 87%) 주름을 찾아냈다는 의미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고혈압·당뇨 환자에게서 발견되면 '경고' 의미

김기웅 교수는 "프랭크 사인은 카다실과 같은 유전성 뇌소혈관질환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흔한 혈관질환에서도 관찰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귓불의 형태와 깊이, 질감 등을 AI로 정량 분석해, 두 경우에서 나타나는 프랭크 사인이 형태적으로 서로 다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논란을 거듭해온 프랭크 사인이 단순한 노화 지표가 아니라, 유전성 뇌소혈관 손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렇다고 프랭크 사인만으로 특정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프랭크 사인은 특정 질환의 보조적인 위험 신호로 활용될 수 있어, 필요할 경우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귓불 주름은 독립적인 진단 지표는 아니지만, 비침습적이고 추가 비용 없이 진찰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고려해, 의료계에서는 귓불 주름을 기존 심혈관 위험 평가를 보완하는 참고 소견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찬주 교수는 "가장 이성적인 의학적 해석은 프랭크 사인을 보조적인 위험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프랭크 사인이 관찰될 경우, 동맥경화와 연관된 요인들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압, 혈당, 지질 수치, 흡연력, 가족력 등 기존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좀 더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귓불 주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명확하다. 귓불 주름만으로 특정 질환을 진단하거나 향후 발생을 예측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무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흡연, 고혈압, 당뇨 등 위험 요인이 많은 상태에서 귓불 주름이 관찰된다면, 생활습관 점검이나 표준 심혈관 위험 평가를 고려하게 하는 하나의 '경고'로는 의미가 있다. 이찬주 교수는 "프랭크 사인은 피부와 연조직의 구조적 변화, 노화, 유전적 요인 등의 영향을 받으며, 이들 요인이 심혈관질환의 위험 인자와 일부 겹쳐 보이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프랭크 사인은 특정 질환과 무관하다고 단정해 무시할 소견은 아니지만,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도 안 되는 신체적 징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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