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조문 끝내 안 한 이낙연…6년 전엔 “대표님 뒤를 졸졸”

심우삼 기자 2026. 2. 1. 10:5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별세한 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자리에 정파를 초월해 수많은 동료 선후배 정치인들이 함께했으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거행된 영결식과 세종시 은하수공원에서 열린 안장식을 끝으로 이 수석부의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민주주의의 역사’, ‘민주당 거목’이라 불렸던 만큼 여권 인사들은 물론 국민의힘 등 야당 지도부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반면 관심을 끌었던 이 상임고문의 조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상임고문은 빈소를 찾는 대신 근조 화환만 보냈다. 이 상임고문은 지난달 30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썬 조문할 계획이 없다”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며칠간 서울을 떠나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들 가운데 이 수석부의장의 빈소를 찾지 않은 이는 이 상임고문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한덕수 전 총리뿐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두 사람은 1952년생 동갑내기이자 더불어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이 상임고문)와 여당 대표(이 수석부의장)로서 호흡을 맞췄고, 이 수석부의장 체제로 치러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 상임고문이 서울 종로을에 공천받아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이 상임고문은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이 수석부의장의 후임으로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했다.

이 상임고문은 2020년 9월 이 수석부의장의 전기 만화책 발간 축하연에 참석해 “(내가) 국무총리는 13년 후배, 당대표는 8년 후배”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도 이해찬 대표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길 잘했다.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추어올렸었다.

지난 2025년 당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오찬 회동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

이 상임고문이 조문하지 않은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수석부의장이 이 상임고문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후견인 역할을 한 데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수석부의장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대선에 이르기까지 당내 비주류였던 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정적 국면마다 보호자·조력자 역할을 자임했다. 이 상임고문은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비판하며 24년간 몸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상임고문이 지난해 21대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함에 따라 여권에서 사실상 파문당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당시 민주당 안팎에선 민주당 정부에서 꽃길만 걸어온 이 상임고문이 ‘반이재명’ 노선에만 매몰돼 12·3 내란사태 비호 세력과 손잡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상임고문은 김 후보 지지 선언 뒤, 문재인 정부 참모들이 모인 ‘포럼 사의재’ 고문과 ‘김대중 재단’ 상임고문직에서 제명됐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등 측근들도 곁을 떠났다.

다만 이 수석부의장과 악연으로 엮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고인의 정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나경원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빈소를 찾아 이 상임고문과 대비를 이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 수석부의장의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진영은 다르더라도 정치와 국가에 대한 고인의 헌신과 봉사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에 대한 그분의 발자취를 기리는 게 정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안타깝다”,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엠비엔(MBN) ‘뉴스와이드’와 인터뷰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건강상의 어려움이 있을 텐데 어려운 걸음을 해줬다. 이런 모습 자체가 국민들이 보기엔 여야를 나눠 경쟁하고 있지만, 관혼상제에 있어선 애도하고 힘을 합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정부 총리까지 역임하셨던 분이 조문을 안 하신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욱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같은 방송에 나와 “대학 동기이고, 상을 당한 상황이라면 다 제껴놓고 조문하는 것이 친구로서 예의라고 생각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정치를 뛰어넘어 상식적이라고 생각해서 조문한 것 아니냐”며 “아무리 대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조문하지 않으면 그분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어떻겠느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지층들이나 국민 시선을 봐서라도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