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허수아비’ 장동혁…정치 경험보다 더 부족한 두 가지
개혁보수 쫓아내고 민정당-자유한국당 회귀
당내 통합이나 야권 연대도 불가능할 듯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는 정치에서도 불변의 진리입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공직자를 선출해 국정 운영을 맡기는 제도입니다. 선거에서 표를 많이 확보하는 쪽이 권력을 잡습니다. 정치인에게 통합과 연대는 선이요, 분열과 배제는 악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야권 분열이나 보수 전체의 몰락으로 치달을 조짐까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차출돼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2024년 4·10 22대 총선에서 패배해 물러났지만, 2024년 7·23 전당대회에 도전해 대표에 당선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와 경쟁했는데, 1차 투표에서 62.84% 득표율로 압승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2025년 4월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습니다. 5월3일 집계된 최종 득표율은 김문수 후보 56.53%, 한동훈 후보 43.47%였습니다. 후보로 뽑히지는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런 한동훈 전 대표를 국민의힘이 제명한 것은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적 처사입니다. 국민의힘이 격랑에 휩싸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물러나십시오. 절체절명 위기 속 대한민국의 제1야당의 대표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야 모두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친한동훈계 의원 16명도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선거는 져도 좋으니 당권만 지키겠단 게 아니라면 이번 결정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당을 반헌법적, 비민주적으로 몰아간 장동혁 지도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김성원 김예지 김형동 박정하 배현진 서범수 고동진 김건 박정훈 안상훈 우재준 유용원 정성국 정연욱 진종오 한지아
“장동혁 대표 체제 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배제와 숙청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명백한 퇴행이다. 분열의 정점에 서 있는 장동혁 대표는 이제 당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 사퇴하라.”
김경진(동대문을) 김영우(전 동대문갑) 김윤식(시흥을) 김종혁(고양병) 김준호(전 노원을) 김진모(청주서원) 나태근(구리) 류제화(전 세종갑) 박상수(전 인천서구갑) 서정현(안산을) 송영훈(전 대변인) 신지호(전 전략기획부총장) 이용창(전 인천서구갑 대행) 이종철(성북 갑) 이현웅(인천부평을) 장진영(동작갑) 정혜림(비례대표 후보) 조수연(대전서갑) 채진웅(용인을) 최돈익(안양만안) 최영근(화성병) 최원식(인천계양을) 함경우(전 조직부총장) 함운경(마포을)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오늘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함은 물론, 통합이 절실한 이때 당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연 확장의 장벽이 될 것이 자명하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권영진 김소희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정하 배준영 서범수 송석준 신성범 엄태영 우재준 유용원 이성권 정연욱 조은희

장동혁 대표는 당내 반발과 언론의 비판을 애써 무시하고 30일 이해찬 전 총리 조문을 시작으로 대외 활동에 나섰습니다. 제명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것입니다. 2월4일에는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합니다. 그 뒤에는 당명을 바꾸고 지방선거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파장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앙윤리위 제명 결정 직후인 1월15일 의원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모든 의원은 지도부에 제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주에 의원총회가 열리면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언론은 당분간 여야 대립보다는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 집안싸움만큼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친한동훈계 의원들이나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박근혜 정권 말기 ‘바른정당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습니다.
당이 깨지지 않으면 장동혁 대표에게 좋은 일일까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당이 분열하면 각자 세를 키워서 대여투쟁에서 역할분담을 하고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합치거나 선거 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두 세력이 서로에게 내부 총질을 계속해대면 동아일보 사설 제목처럼 ‘공멸 아니면 자멸’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이유가 뭘까요?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 경험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내 권력 이동입니다.
여러분은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이 장동혁 대표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장동혁 대표가 ‘다 계획이 있어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지금 국민의힘의 주인은 장동혁 대표가 아닙니다. 강성 당원들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강성 당원들에 의해 휘둘리는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민주당이 그렇듯이 국민의힘도 권력이 강성 당원들에게 넘어갔습니다. 허수아비에게 “너 왜 그랬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라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가 너무 심한가요?
강성 당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인 감정과 분노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강성 당원들이 시키는 대로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비상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보수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입니다.
국민의힘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자당의 후신입니다. 민자당은 전두환 노태우의 민정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합쳐서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대구·경북 중심의 강성 보수와 부산·경남 중심의 개혁 보수의 통합이었습니다.
강성 보수와 개혁 보수의 결합은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전두환 노태우 처벌로 깨졌습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보수가 다시 세력을 키운 것은 ‘실용 보수’ 이명박과 ‘정통 보수’ 박근혜의 결합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경쟁과 협력으로 차례 차례 집권했습니다.
강성 당원들과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제명 사태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이제 장동혁 대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만 깔끔하게 쳐내고 오세훈 유승민 이준석 등과는 당내 통합과 야권 연대를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잘 될까요? 잘 안 될 것입니다.
우선 오세훈 시장과는 당분간 제휴가 어렵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강성 당원들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세훈 시장이 아니라 나경원 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내세울 수 있을까요? 그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권유로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선거 연대는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과) 선거 연대를 할 요소가 없다”고 확실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앞날은 어떨까요? 당분간 북 콘서트나 유튜브 활동을 하며 활로를 모색하겠지만, 정치적 장래가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이준석 대표 권고대로 서울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면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장동혁 대표의 국민의힘이나 한동훈 전 대표나 앞날이 캄캄한 것이 현실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은 국민의힘을 1990년 이전 민정당으로 되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으로 되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당장 망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정치 양극화 지형 때문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국민의힘 강성 당원과 지지층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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